中 당분간 덜컹, 美도 확실히 나빠져..그래도 파국은 없다

황인혁 2016. 2. 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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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 글로벌경제 진단 ◆

"시장 급변동 상황을 세심하게 모니터링해야 할 시기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창간 50주년을 맞는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신중한 행보를 주문했다. 세계 최고 금융시장인 월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이지만 중국발 경기 침체와 유가 급등락에 따른 최근 시장 불확실성 고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이다. 다이먼 회장은 "우리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심각한 변동성을 목격했다"며 "중국은 계속해서 시장 개혁을 이행하는 과정에 있고 중국 경제는 당분간 덜컹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JP모건체이스의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우려스러운 시각을 내비쳤다.

다이먼 회장은 "수년간 경기 확장기에 있었던 미국 경제는 앞으로 확실히 악화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근 미 경제지표는 미국이 경기 사이클 정점을 지나가고 있고 곧 하강곡선을 그릴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로 뚝 떨어졌고 풍부한 저금리 유동성을 흡수해 수년째 호황을 지속하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조정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 정크본드(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균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다만 다이먼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내 인프라스트럭처, 자본시장 등 모든 분야에서 투자 기회가 있고 중국 경제 경착륙은 없을 것"이라며 최근 불안한 경제상황이 '파국'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이먼 회장은 "중국 당국이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고 적절한 판단을 내릴 싱크탱크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이먼 회장은 "이민정책, 인프라 투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무역정책을 잘 다루는 것이 미국 국익에도 부합하고 세계경제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초당적 정책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대마불사론 비판에 대해 다이먼 회장은 "대형 은행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미 당국의 은행 규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규모의 경제를 가진 대형 은행들은 상당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세계 경제가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고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고객 선택 폭을 높여준다는 주장이다. 고객들의 편의성과 비용 절감을 제고해 사회적 편익을 높인다는 점이 대형 은행의 장점이라는 게 다이먼 회장의 생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들이 금융 당국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훨씬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고 했다. 미국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은 2008년 당시보다 자본금을 2배로 키웠다. 다이먼 회장은 "JP모건의 경우는 양질의 유동자산을 종전 위기 때보다 3배가량 확보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또한 JP모건체이스에서 10년 넘게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지난해 244억달러(약 29조28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보다 12% 증가하는 호성적을 거뒀다.

다이먼 회장은 "아시아 시장 성장은 선진국 시장을 능가할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아시아 지역에 투자할 것이고 중국과 인도시장의 사업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출현이 기존 은행권을 위협하느냐는 질문에 다이먼 회장은 "나는 경쟁을 즐기며 새로운 경쟁자는 언제든 출현하게 돼 있다"며 "실리콘밸리와의 협업과 자체 전문가 육성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JP모건과 같은 대형 은행의 강점인 방대한 양의 실시간 금융 데이터를 십분 활용해 빅데이터로 고객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국 은행권에 대해 조언해달라는 주문에 다이먼 회장은 "한국 은행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해온 대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는 이들 금융권 스스로가 한국 경제 성장 엔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CEO가 외풍에 따라 자주 바뀌지 말고 안정적인 경영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이먼 회장은 "예대마진에 주로 의존하는 비대칭 영업구조를 탈피해 비이자 수익을 늘려야 하는데 중요한 건 이들 한국 은행들이 더 비대해지기 전에 이러한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월가의 황제' '최고의 승부사'.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에게 이런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수없이 명멸하는 월가 금융권의 부침 속에서 살아남아 미국 최대 은행(자산 기준)인 JP모건체이스를 10여 년째 이끌고 있는 월가 최고 거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이먼 회장은 1956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리스계 이민 3세로 주식 브로커인 할아버지와 부친 밑에서 금융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터프츠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등 굴지의 투자은행에 입사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멘토이자 동반자인 샌디 웨일을 따라 커머셜크레디트라는 소규모 소비자금융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커머셜크레디트는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사세를 키워나갔다. 1987년 프라이메리카를 사들였고 1993년 트래블러스를 인수해 사명을 바꿨다. 1997년 살로먼브러더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다이먼은 1998년까지 트래블러스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하는 등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다이먼은 1998년 트래블러스그룹과 씨티코프 합병 이후 씨티그룹 CEO가 됐다. 그의 나이 42세였다. 하지만 웨일 회장과의 갈등 끝에 그해 11월 해고되는 아픔을 겪었다. 다이먼 회장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월가를 떠나 시카고로 간 그는 2000년 미국 5위권 은행인 뱅크원 CEO로 재기했다.

2004년 JP모건체이스와의 합병을 주도한 뒤 2005년 12월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CEO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리먼브러더스 등 많은 금융회사가 쓰러지는 와중에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우는 승부욕을 발휘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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