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허허실실이던 최용수, 제대로 독수리 발톱 세웠다

임성일 기자 2016. 2. 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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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FC서울 감독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독수리'라는 닉네임이 붙었던 현역 시절과는 다소 다른 이미지가 있다. 스트라이커 최용수는 저돌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최 감독 스스로 "다른 것은 몰라도 골에 대한 욕심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떤 공격수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건 데얀보다도 내가 낫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다.

그에 비하면 지도자 최용수는 이미지가 복합적이다. 곱씹어 신중하게 계산하다가도 때로는 허허실실 여유롭다. 언뜻 현역 때처럼 강하게 몰아치는 것 같더니 다시 보면 능글능글하게 피해갈 줄도 안다. 전체적으로 여우에 가깝다.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던 2012년부터 그랬던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까지도 좀처럼 속에 있는 것을 잘 꺼내지 않았다. 쉽사리 목표를 밝히지도 않았고 매 시즌 '슬로스타터'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붙을 때도 "달라지는 타이밍이 찾아올 것"이라며 조급하지 않게 뚜벅뚜벅 걸었다. 그런 행보 속에서 최용수의 서울은 매년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감독대행을 벗어난 뒤 부임 첫해이던 2012년 단숨에 K리그 정상에 올랐고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에는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2013년에는 AFC가 선정하는 아시아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실패를 모르던 최용수 감독은 2014년 FA컵 준우승에 이어 2015년 FA컵 우승으로 계속 승승장구했다.

여느 팀이라면 '꽤 좋은'이라는 수식어로 부족할 성과다. 하지만 팀이 FC서울이라 다소 아쉬운 감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FA컵 타이틀로는 성에 차지 않는 그릇의 팀이다. 정규리그와 ACL에 대한 욕심을 품고 있는 팀이자 품어야하는 클럽이다. 최용수 감독 역시 아닌듯하지만 강한 승부욕의 소유자다. 서울 감독 부임 5년차, 올해는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최 감독이 독수리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물론 아직 시즌은 시작되지 않았고 최용수 감독이 직접적으로 목표를 밝힌 것은 없다. 하지만 여느 때와는 다른 선수 영입 과정에서 에둘러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FC서울은 빠져나간 만큼 스쿼드를 채우지 못했다. 특히 2012년 우승과 2013년 ACL 준우승의 주역인 데얀과 하대성이 2013년을 끝으로 동시에 이탈한 것은 타격이 상당히 컸다. 지난해에는 고명진까지 중동으로 떠났다. 서울의 기둥 같던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대체자의 무게감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때마다 최용수 감독은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다 사면서 시즌을 소화할 수는 없다. 구단 사정도 생각해야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새로운 선수를 키워서 팀을 꾸려야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실제로 2014년과 2015년 FC서울은 그랬다. 하지만 2015년 여름 이후부터는 다소 자세가 달라졌다.

박주영을 복귀시키더니 일본인 미드필더 다카하기를 불러들이고 대전에서 골잡이 아드리아노를 영입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씀씀이를 보여줬다. 어쩌면 셋은 올해를 위한 정지작업이었을지 모른다.

2016시즌을 앞두고 FC서울은 질적양적으로 풍성하게 스쿼드를 채우고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전북현대에게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빛이 덜할 뿐, 서울의 면면도 못지 않다.

일단 2011년부터 2013년까지 K리그 득점왕 3연패에 빛나는 데얀을 다시 불러들였다. 서른다섯이 된 나이는 부담스러우나 아직 1~2년은 충분히 통한다는 평가가 많다. 기존의 아드리아노, 박주영, 윤주태 등과 막강 화력을 기대케 한다. 허리라인도 단단해졌다.

부산에서 주세종, 포항에서 신진호와 조찬호를 영입했다. 각 팀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던 이들이 가세하면서 무게감이 급증했다. 센터백 이웅희가 군입대하고 차두리가 은퇴하면서 힘이 떨어졌다던 수비라인에는 국가대표 출신 정인환으로 퍼즐을 채웠다. 그리고 인천 전력의 절반이라던 유현 골키퍼도 빼왔다. 요소요소, 알차다.

이 정도의 영입리스트라면 FC서울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좋은 성적'이 아니다. FC서울은 분명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FA컵 정도로 채울 수 있는 허전함이 아니다. 서울도 확실하게 칼을 빼들었다. 만약 어떤 팀이 전북현대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면, 최용수 감독이 발톱을 날카롭게 세운 서울이 될 공산이 크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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