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센서·감별기·유압계까지..진화하는 '기름 절도'
수십미터 땅굴 뚫어 송유관 접근 '콕'…감쪽같이 훔쳐
문화재 절도와 동급 범죄…"연루자 모두 엄벌해야"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땅굴을 파고 들어가 송유관에 구멍을 뚫은 뒤 기름을 훔치는 도유(盜油) 조직, 이른바 '송유관 절도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유범들은 중장비로 땅속에 수십m짜리 도유 통로를 만들어 송유관에 은밀히 접근하는가 하면, 도유기 설치 과정에서 진동감지 센서까지 동원하는 등 지능화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에서는 누유 여부를 감지해 수사기관과 함께 적발에 나서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똑같은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능화하는 송유관 절도단
정모(44)씨 등 6명은 지난해 5∼9월 충북 청주시 인근 경부고속도로 옆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중장비를 동원, 도로 건너편 송유관으로 향하는 깊이 2∼3m, 길이 70m 짜리 땅굴을 팠다.
송유관에 도달한 정씨 등은 구멍을 뚫기 전 송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동감지센서와 유종감별기, 유압계를 달았다.
8억원을 들여 범행을 준비한 결과 같은해 11월까지 두 달 동안 훔친 기름은 162만여ℓ로, 22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12월 경북 경주에서, 지난해 8월 경기 용인 등 7곳에서 기름을 훔치다 각각 경찰에 붙잡힌 도유범들도 깊이 1∼2m, 길이 10∼50m의 땅굴을 파 송유관에 접근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또 송유관에 기름이 지날 때 천공이나 용접을 하다 사고가 나면 범죄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진동감지센서 등을 범죄에 이용했다.
직상부 굴착으로 송유관에 접근, 청진기를 대 송유 여부를 파악한 뒤 범행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화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송유관 절도단은 대한송유관공사의 누유감지 시스템에 걸리지 않기 위해 기름을 야금야금 빼내고 장소를 옮겨가며 범행하기도 한다"며 "송유 중 작업을 하면 엄청난 압력의 기름이 쏟아져 나오거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어 각종 첨단 장비도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환경오염·대형사고 위험…"반드시 잡는다"
송유관 내 기름 절도는 환경오염이나 대형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도유 과정에서 송유관이 파손돼 기름이 쏟아질 경우 토양과 수질 오염이, 유증기가 발생해 불이 나면 대형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유관 절도단에 의해 2013년 10월 경북 영천에서 하천과 과수원이 오염됐고, 2007년 12월 경북 칠곡에서는 창고와 유조트럭이 전소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대한송유관공사는 누유감지 시스템을 구축, 24시간 내내 누유 여부 및 위치를 파악해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국내에 매설돼 있는 총연장 1천200km 송유관에는 일정 간격을 두고 압력센서가 설치돼 있다.
송유 중 누유가 발생하면 각 센서에 전달되는 압력변화 값이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이를 토대로 송유관 절도단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전국 송유관 도보 순찰은 물론 CC(폐쇄회로)TV나 탐측장비를 통한 감시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도유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 2013년 23건, 2014년 16건, 지난해 13건으로 감소세다.
◇문화재 절도급 범죄…"엄히 처벌해야"
대한송유관공사의 최근 3년간 도유범 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4년 8월까지 3년 동안 16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66명(40%)이 실형을 선고 받았으며, 1∼2년 이하의 징역이 53명(80%)으로 가장 많았다.
송유관 내 기름 절도는 문화재 절도와 함께 절도범죄 양형기준 상 특별재산 제2유형(가치가 매우 높은 재산)에 속하는데도, 처벌이 가볍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6월 송유관 안전관리법이 개정됐다.
기존 송유관 안전관리법에는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형법에 따른 처벌(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밖에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정된 송유관 안전관리법은 송유관 절도단에 대해 2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법 개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기름의 판매창구가 되는 장물범은 장물취득 등으로 처벌할 뿐, 송유관안전관리법으로 다스릴 수 없어 한계가 있다"며 "송유관 절도단은 설치범, 절취범, 장물범 등 역할을 나눠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똑같이 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20억원을 들여 누유감지 시스템의 인식률을 높일 계획"이라며 "송유관 절도단을 신고하는 시민에게는 최고 6천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제보도 적극적으로 받겠다"고 덧붙였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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