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해사기구 등에 인공위성(광명성) 발사를 공식 통보함에 따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국제사회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5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북한이 공식 통보 후 발사를 취소한 적은 없다. 미사일은 군산과 제주도 서쪽 옆 바다를 지나 필리핀 쪽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발사 임박 징후 파악 어려워져
북한이 발사 기간을 '8일부터 25일 사이'로 2주일 넘게 잡아놓은 것은 발사 강행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정부 소식통은 "장거리 로켓 발사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긴 기간을 설정한 것은 어떻게든 로켓을 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발사 시기는 김정일 생일인 오는 16일 직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축포' 차원에서 쏠 것이라는 얘기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후 그에 대한 반발 형태로 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전과 달리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임박 징후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2012년 12월 은하 3호 발사 때까지만 해도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에서 열차에 1·2·3단 로켓을 실어 동창리 발사장으로 옮기는 모습을 미 정찰위성으로 탐지할 수 있었다. 또 발사 직전 미사일 동체들을 동창리 발사대(높이 50m)에서 조립했기 때문에 발사 임박 징후를 포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년여 동안 대형 이동식 조립 건물 등 대규모 신규 시설을 만들면서 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가 가능해졌다. 발사대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미 정찰위성 등으로도 추적하기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현재 수직 발사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동식 조립 건물이 발사대 옆으로 이동하는 것이 발사 임박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과거와 달리 큰 동체가 아닌 부품 형태로 열차와 트럭을 동원해 동창리 발사장으로 수송한 뒤 이동식 조립 건물에서 미사일 동체를 조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2년 은하 3호와 낙하지점 비슷
북한이 국제기구에 통보한 로켓 낙하 예상 구역도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미사일의 발사 각도에 따라 로켓 잔해 낙하 수역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로켓 동체가 2012년 12월 은하 3호에 비해 더 먼 곳에 떨어진다면 로켓 추진력이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지난 2일 통보한 낙하 구역은 1단 로켓은 군산 서쪽 약 148㎞ 해상, 위성 덮개(페어링)는 제주도 서쪽 약 93㎞ 해상, 2단 로켓은 필리핀 마닐라 동쪽 약 139㎞ 해상이다. 이는 2012년 은하 3호 로켓 동체와 위성 덮개가 떨어진 구역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에 은하 3호와 비슷한 장거리 로켓을 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은하 3호는 처음으로 무게 100㎏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은하 3호를 장거리 미사일로 전환할 경우 사거리가 1만㎞ 이상에 달해 미 서부지역을 사정권에 넣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인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2012년보다 무게가 늘어난 인공위성 궤도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탑재 위성의 무게 증가는 곧 미사일 탄두 중량의 증가를 의미한다. 북한은 지구 관측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은하 3호는 300㎏ 정도의 위성도 운반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창리 발사대 높이가 기존 50m에서 60m 이상으로 늘어난 점 등을 들어 일각에선 "이번 로켓이 1만3000㎞ 이상 날아가 미 동부를 사정권에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군 소식통은 "로켓 낙하지점으로 볼 때 그렇게 판단하는 건 무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