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조선족 이민" 주먹구구 출산 대책

심재현 기자 2016. 2. 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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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겉도는 저출산 정책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the300][런치리포트-겉도는 저출산 정책①]]

저출산 문제는 20대 총선의 화약고다. 이전 총선에서 비정규직, 의료민영화, 안보 문제가 쟁점이었다면 이번에는 2030세대의 표심을 가를 주요 현안이 이 문제에 걸쳐 있다. 취업·결혼·출산 등을 포기했다는 수백만명의 '다포세대'가 저출산 문제의 당사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조선족 이민'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저출산 문제가 품은 정치적 휘발성이 드러난다. 당정회의에서 나온 김 대표의 발언 이후 정치권만 아니라 온라인까지 들끓었다. 김 대표가 언급한 '세자녀 갖기 운동'도 뭇매를 맞았다.

따져보면 정부와 여당이 저출산 당정회의를 민감한 시기에 개최한 것부터 이런 정치적 의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회의는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 외에 5개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매머드급으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도 뒤처지지 않는다. 여권과 대립각을 세울 총선용 저출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막판 다듬기 작업이 한창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저출산 해법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2일까지 드러난 새누리당의 저출산 정책은 그동안의 정부안과 큰 줄기에서 일치한다. 당정은 정부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발표한 신혼부부 맞춤형 행복주택단지 조성 목표를 현재의 5곳에서 1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행복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최대 40% 싸게 6년 동안 살 수 있는 주택이다. 부부가 자녀를 1명 출산할 때마다 2년이 연장된다.

자녀를 셋 이상 낳는 가구에는 주거 보장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주영 새누리당 저출산대책특별위원장은 "당에서 다자녀 가구에 거의 공짜로 집을 한 채 줄 정도의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출산율을 높이는 기초단체가 중앙정부의 사업에 공모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난임부부 지원 연령에 상한선을 둔 조항을 폐지하고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5년 안에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도 교육부와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

'세자녀 가구 집 한 채' 방안은 야당 제안의 닮은꼴이다. 더민주 홍종학 의원은 2014년 11월 초 원내대책회의에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공급하는 안을 냈다. 당시 새누리당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중·고등학생의 교복값을 30% 인하하고 대학입학금을 폐지하는 교육비 절감 대책도 준비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학교가 건축비와 부지를 공동 부담하는 공공기숙사를 확대하는 대안도 냈다.

정작 정책의 수혜자인 2030세대의 반응은 싸늘하다. 본질을 꿰뚫은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겉저리 해법이 넘쳐난다는 반응이다. 주거 지원을 골자로 한 정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더 많이 더 빨리 결혼하고 낳아라'다. 아무리 패기로 끓는 젊은 부부라도 일시적인 혜택을 믿고 아이를 낳겠다는 모험을 하진 않는다.

전문가들도 저출산 대책의 부재가 아닌 과잉을 꼬집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재탕 삼탕의 백화점식 대책을 나열하는 기존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보육정책 관계자는 "다를 게 없는 정책에 뜬구름 잡기 약속이 수두룩하다"며 "이러니 저출산의 실태보다 전시 효과에 연연한 선거용 정책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저출산 대책의 딜레마는 끊임없는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 부처에서는 예산 확대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9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16년째 초저출산(1.3명 미만)을 넘지 못한다.

모처럼 효과적인 정책이 나와도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치여 밀려나기 일쑤라는 점도 문제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사태가 대표적이다. 유권자들이 정치권을 불신하는 이유다.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 12건 가운데 처리된 안건은 1건에 그친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나이가 많은 워킹맘(일하는 엄마)의 경우 보육료 같은 경제적 지원이나 보육시설 확보보다 고용 유지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백화점식 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고용·보육·주거를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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