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이 겨울, 몬지벨로의 태양이 그립다

입력 2016. 2. 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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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순수하게 들리는 나머지 초짜 기자 지미 올슨이 재즈 가수로라도 데뷔한 것 같다.'

음반 리뷰 사이트 올뮤직닷컴의 스튜어트 메이슨이 트럼페터 쳇 베이커(1929∼1988)의 보컬 데뷔작 'Chet Baker Sings'(1956년) 앨범에 대해 쓴 평의 일부다.

지미 올슨은 '슈퍼맨'에서 클라크가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신문사 '데일리 플래닛'의 신입사원.

늘 직장 상사들을 동경하는 순박한 올슨은 화려한 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세련된 삶과 슈퍼히어로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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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일 화요일 맑음. 몬지벨로. #194Chet Baker 'My Funny Valentine'(1956년)
[동아일보]
트럼페터 쳇 베이커가 가수로 데뷔한 앨범 ‘Chet Baker Sings’의 표지.
‘…너무도 순수하게 들리는 나머지 초짜 기자 지미 올슨이 재즈 가수로라도 데뷔한 것 같다.’

음반 리뷰 사이트 올뮤직닷컴의 스튜어트 메이슨이 트럼페터 쳇 베이커(1929∼1988)의 보컬 데뷔작 ‘Chet Baker Sings’(1956년) 앨범에 대해 쓴 평의 일부다. 지미 올슨은 ‘슈퍼맨’에서 클라크가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신문사 ‘데일리 플래닛’의 신입사원. 늘 직장 상사들을 동경하는 순박한 올슨은 화려한 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세련된 삶과 슈퍼히어로를 꿈꾼다.

몬지벨로. 이곳은 지도엔 없는 가상의 장소다. 따사로운 햇살이 종일 쏟아지는 이탈리아의 작은 해안도시. 그 풍광은 프랑스 미남 배우 알랭 들롱이 주연한 스릴러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년)의 고달픈 트레몰로 주제 선율로 기억된다.

들롱이 맡은 톰 리플리는 호화로운 삶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마저 어두운 땅속에 파묻어 버리는 인물. 이 역을 맷 데이먼이 맡았던 1999년 영화 ‘리플리’에선 재즈가 중요한 소재다. 영화 속에서 필립(주드 로)의 요트는 전설적인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의 별명 ‘버드’로 명명됐다. 톰이 재즈 음악에 눈뜨는 여정은 곧 그가 상류사회를 향한 열망에 사로잡히는 과정의 은유다. 영화 중반,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을 리플리가 부르는 장면은 그래서 하이라이트다. 근데 후우, 연기 되고 얼굴 좋은 맷 데이먼이 노래까지…. ‘도-레-미b-레-미b-레’의 첫 소절부터 그의 목소리는 베이커의 것과 혼동될 정도로 맑고 달콤하다.

이 곡은 1937년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베이브스 인 암스’에 실린 뒤 미국 팝의 고전, 재즈 스탠더드가 됐다. 극중 소녀 빌리가 밸런타인이란 이름의 소년에게 부르는 노래.

‘나의 재미난 밸런타인/귀엽고 웃긴 밸런타인/넌 나를 진심으로 미소 짓게 해/네 얼굴은 우습지/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하지만 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차가운 날에 무한히 껴입고 싶은 악기와 목소리의 털실 스웨터 차림으로 밸런타인에게 빌리가, 슈퍼맨 클라크가 올슨에게, 필립에게 톰이, 아니 내가 톰에게, 누군가가 나에게 속삭인다. 어두운 죄의 무덤 반대편 파란 하늘 끝, 거기 매달린 정오의 햇살, 몬지벨로의 태양 아래서.

‘나를 위해 머리카락 한 올도 바꾸지 말길/날 위한다면 그러지 말길/그대로, 작은 밸런타인, 그대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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