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對北 양자제재·5자회담·사드 반대..'안보리' 난항 예상

김지훈 2016. 2. 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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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놓고 한·미·일과 중·러간 대결구도가 현실화
정부 "제재 이뤄지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 해 나갈 것"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 핵실험 사태를 둘러싼 당사국들 간 이해관계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대북제재 수위에 있어 온도 차이를 보이던 당사국들은 5자회담과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가 공론화되자 자국의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힘겨루기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중·러간 대결구도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2일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 있어 중국과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자 제재, 5자회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3가지 현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이 중심이 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도출에 상당한 난항을 예상케 하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이날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대북 경제제재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양자 제재는 북한의 심각한 고립을 초래, 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강력한 제재'에 미온적 입장을 보였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관철시켜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안보리 제재 결의안 도출 과정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과 러·중 간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양자 차원의 대북제재 압박에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힌 한·미·일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력한 양자 제재 방안으로 언급되고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국가와 기업 개인까지 모두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모닌 대사가 이날 간담회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는 40년 정도 된 것인데, 더 빨리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됐다면 이란 핵 문제도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각 나라 나름 정치, 경제적 특징이 있다"고 강조한 것도 최근의 대북제재 기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사는 나아가 "북한과 러시아의 경협은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등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경제 협력 분야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에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에 대한 당사국들 간 의견도 확연하게 갈렸다. 미국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 다음날 곧바로 주한 미국대사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5자회담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을 통해 "5자회담을 추진하자는 한국 측의 구상을 높게 평가한다"고 지지했다.

그러나 티모닌 대사는 "북한이 참여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고 강조하며 "5자 구도의 대화가 북한의 추가적인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6자회담 틀 내에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우리(러시아)는 6자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이 있었던 당일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3국과 중·러 양국 간의 대립 양상도 심화되고 있다. 티모닌 대사는 "한반도 사드 배치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사드 배치가 주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우려했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던 러시아와 중국 모두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대북제재 수위를 놓고 이견을 보이던 와중에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문제로 러시아와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 측은 안보리 제재 결의가 도출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는 모습이다. 당장 대북제재 수위를 논의하기에 앞서 북한이 주장하는 '수소폭탄 실험'의 진위부터 파악한 다음에 제재 성격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조속한 결의 채택'을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3국의 입장과도 상충된다.

티모닌 대사가 이날 간담회에서 "미국 측이 어떤 제재를 제안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 점에 비춰볼 때 결의안 초안 작업에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5자회담에 관한 러시아의 소극적 입장은 우리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5자 간 조율과 공조 강화가 6자회담으로 가는 빠른 길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만큼 관련국 간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제재 문제에서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로 북한의 전략적인 셈법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보리 차원에서의 강력하고 실효적 제재와 더불어 양자 차원에서도 이러한 제재 이뤄지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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