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김종인이 보낸 '생일 난(蘭)' 3번 거부했다 받은 이유는?

박홍두 기자 2016. 2. 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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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일 64번째 생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생일선물로 보낸 ‘난(蘭)’ 화분 수령을 거부했다가 다시 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박수현 의원은 직접 청와대로 배달을 가던 중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3번에 걸친 거듭된 ‘사양’에 배달을 멈추고 가던 길에서 돌아왔다. 이를 뒤늦게 안 박 대통령은 정무수석실을 질타했고, 박 의원은 이날 오후 다시 청와대로 난을 배달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자들과 만나 “가지 못한 난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의 해프닝의 시작이었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께서 생일 축하 난을 하나 보내라는 지시가 있었고, 오늘 아침 9시쯤 대표 비서실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로 난을 박 실장이 직접 갖고 가겠다고 연락했다”면서 “그런데 10시가 다 되서 답이 왔는데 ‘정중하게 사양하겠다’고 답이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박 의원은 배달을 가던 중 청와대의 ‘사양’ 전화를 받은 뒤 “대표 비서실에서 지난해 문희상 비대위원장 시절에도 박 대통령께서 생일 축하 난을 보내오신 적이 있어서 (그때처럼) 난을 보내드리는 것”이라고 재차 배달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다시 “정중하게 사양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시 박 의원이 “그래도 야당 대표께서 보내는 난”이라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돌아온 답은 같은 답변이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가 난을 보내겠다는 취지는 정치는 정치이고 예의는 예의이고 도리를 갖추는게 온당하다고 생각해서였다”면서 “야당으로서 언제든지 대화와 국정협조의 의지를 보여드릴 필요도 있고, 고단한 삶을 사는 국민들에게 작지만 훈훈한 모습을 보여드리는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보낸 것이었는데 황당하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난 선물은 박 의원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박 의원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난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난을 들고 청와대로 가려다가 되돌아온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왕 이렇게 된 건데 이게 대통령 뜻이겠습니까”라며 “실무자들이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의 생신을 축하드리고 싶었던 마음은 그대로 담아서 생신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자 청와대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오후 들어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와 “설명드리겠다”고 나섰다. 정 대변인은 “정무수석께서 처리합의된 법안조차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축하난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정중히 사양한다고 하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브이아이피’(박 대통령)가 나중에 보고를 받고 크게 질책을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은 국무회의 중이라 보고를 못받았다. 회의를 마치고 식사 한 후에 보고받았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성수 대변인이 지금 난을 이병기 실장에게 가지고 오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 대변인이 이 같이 밝힌 와중에도 박 의원과 김 대변인은 국회에 있는 상태였다. 아직 출발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오후 4시 20분쯤에서야 박 의원과 김 대변인은 청와대로 직접 찾아가 난을 전달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우리 당 대표비서실로 전화가 와서 생일 축하 난을 수령하겠다고 전해왔다”면서 “이에 박 의원과 제가 난을 전달키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야당 대표의 ‘생일축하 난’ 하나를 놓고 하루 종일 청와대가 촌극을 벌인 셈이 됐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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