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일본 마이너스 금리, 한국에 큰 민폐
▷ 한수진/사회자:
아마도 일본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 노믹스’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아베 노믹스의 핵심이 바로 엔화의 무제한 살포인데요, 이걸로는 일본 경제가 살아나긴 힘들었나 봅니다. 이번엔 일본 중앙은행이‘마이너스 금리’카드를 꺼내 들었는데요, 실은 이게 우리나라 입장에선 엄청난 민폐입니다. 정철진 경제컬럼니스트와 함께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철진 칼럼니스트!
▶ 정철진 경제평론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지난 주 일본 중앙은행이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인데요, 본격적인 이야기 들어가기 전에, 결론부터 들었으면 합니다. 이번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제도 효과, 어떻게 보십니까. 효과 있을까요? 없을까요?
▶ 정철진 경제평론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자체만으로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역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미국이 도와준다면 실은 상황은 좀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미 연준이 올 해 금리인상 기조에 대해 긴축 대신 완화로 돌아선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건데. 이게 결론이고요, 더 이야기를 하면서 이에 대한 설명을 더하도록 하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미국이 금리인상을 멈춰만 주면,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경기부양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건데요, 우선, 마이너스 금리 정책부터 간단히 정리하고 가죠. 마이너스 금리라는 게 어떤 건가요?
▶ 정철진 경제평론가:
지난 주 금요일 일본중앙은행은 당초 예치 액 기준금리인 0.1%에서 -0.1%로 낮추기로 했는데요, 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당좌예금 등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지급준비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면 오히려 수수료를 받겠다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시중 은행들은 차라리 시중에 어떤 식으로든 대출을 하면서 수익을 찾게 될 것이고, 이렇게 유동성이 풀리면 결국 간접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안 그래도 엔화를 무제한 살포하고 있잖아요, 그럼 이것도 하고, 여기에 마이너스 금리도 한다는 건가요?
▶ 정철진 경제평론가:
그렇습니다. 현재 연 80조엔(약 800조원)에 달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 마이너스 금리를 더하는 거고요, 지난주 일본중앙은행의 구로다 총재 말을 들어보면, 이렇게 했는데도 심지어 경기를 못 살리고, 디플레를 탈출 못하고, 2% 이상의 인플레를 만들지 못하면 엔화도 더 풀고, 이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키우겠다고도 공언하더라고요. 정말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초 공격적인 경기부양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렇게 해도 됩니까. 일본은 국가부채도 막대하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막 해도 되는 건가요?
▶ 정철진 경제평론가:
우리로선 상상할 수도 없죠. 일본의 경우 세계 5대 결제 통화 중 하나인 엔화의 힘을 믿고 어쨌든 사상 처음으로 이런 정책에 나선 것 같습니다. 지금 보면 이렇게 돈도 찍어내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는 곳이 바로 유로존인데요,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런 경기 부양책을 펼칠 수 있는 건 유로화라는 통화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앞서 일본이 이렇게 해도 원하는 내수 경기 회복이나 2%대 인플레이션을 만들기 힘들다고 했는데, 대부분의 외신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더라고요, 당연히 일본도 이걸 알겠죠.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승부수를 던진 걸까요?
▶ 정철진 경제평론가:
언뜻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로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내수가 쉽게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 문제가 발생했는데 유가 대폭락과 차이나 리스크 터지면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으면서 자본이 몰린 겁니다.
그러면서 엔화가 강세가 났죠. 그간 돈 풀어 억지로 달러당 124엔 위로 만들어 놓았는데, 한 순간에 118엔대까지 떨어진 겁니다. 일본 입장에선 안 그래도 수출도 힘든데, 엔화 강세가 부담되거든요.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이런 고민 끝에 급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쓴 것 같습니다. 효과성 보다는 시기가 급하다고 본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일본이 이렇게 엔화 가치 떨어뜨려 수출 늘리겠다고 하면이건 우리에겐 상당한 골칫거리 아닙니까. 수출 품목이 많이 겹치니까. 한국은행도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아요?
▶ 정철진 경제평론가:
정말 민폐죠. 힘들다, 지금 우리 지표가 정말 안 좋거든요. 내수 보면 이미 소비절벽 나왔습니다. 지난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0'으로 작년 12월보다 2포인트 떨어졌고, 이는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후인 7월(100) 수준으로 갔고요. 수출은 더 안 좋습니다.
어제 통계 보면 1월 수출액이 18% 넘게 급감했다고 하니까. 자, 그런데 이제 2월인데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되고요, 실은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죠. 유럽중앙은행은 3월에 대대적인 유로화 양적완화 증액하고, 여기도 여차하면 마이너스 금리 폭 키울 겁니다. 중국 역시 위안화 평가 절하 나오고요. 다들 자국 통화 가치 떨어뜨리려 안달하고 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2월에 수출은 더 힘들겠어요. 이런 식이라면 말이죠?
▶ 정철진 경제평론가:
그 중에서도 일본이 가장 민폐를 기친 건데요, 그렇다고 지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할 수도 없습니다. 바로 어제부터 금융당국은 1200조원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규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이때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한다? 이러면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엇박자를 내게 되는 거 아닙니까. 딜레마에 빠진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참, 그야말로 딜레마네요. 아니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왜 이럽니까. 실은 지금 미국은 금리인상 시작한 거 아닙니까. 막 이래도 되나요?
▶ 정철진 경제평론가:
바로 이 대목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제가 처음에 한 이야기가 바로 이 대목입니다. 미국은 분명, 지난 12월 첫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 상태인데요, 지금 나오는 것이 이번 1월에 못했고, 3월에도 힘들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공언했는데, 이걸 놓고 일본과 유럽이 이렇게 세게 부양책을 펼친다는 게 전 이해가 안 갑니다. 조심성이 없어도 너무 없거든요. 그래서 전 역설적으로 이들은 미국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수 없다는 뭔가 확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이 아직 금리인상을 최대한 늦춘다는 명시적 사인은 주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한시라도 빨리 금리인상 기조를 늦춘다는 사인을 준다면, 한국은행은 숨통이 트일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네요?
▶ 정철진 경제평론가:
미국 반응 보고 여차하면 나설 겁니다. 그러면 국내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이 정말 방향성이 애매해지는데요, 저는 조심스럽게 버블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나쁜 버블, 질이 안 좋은 가격 상승이죠. 그렇지만 지금 주식도 공포스럽고, 부동산 전망도 최악인 상황인데, 이게 한순간 방향 전환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반대로 미국이 금리인상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척 하다가 바로 3월에 금리인상 하면요?
▶ 정철진 경제평론가: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이 패턴은 전형적인 ‘양털 깎기’ 버전입니다. 미국하고 미 달러만 승승장구 하고 저 만큼 달려갈 텐데, 지금 보면 남미나 러시아는 최종 목표가 아니고 중국을 노리는 거라고 보는데, 이건 좀 지켜볼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중국은 3조 달러 외환보유고이거든요.
미국이 그간 양털을 많이 깎아 왔지만 이 정도는 깎아보지 못했고, 또 상대가 중국이니까. 여차하면 미 국채를 던져버리면서 자폭할 수도 있고. 그래서 전 오히려 미국도 긴축을 버리고 완화를 택할 것 같은데. 방향성은 2월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정철진 경제칼럼니스트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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