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건강톡톡] "뚱뚱하면 짠맛·단맛 덜 느껴"

박광식 2016. 2. 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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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의 건강톡톡 시간입니다.

먹방, 쿡방의 인기가 계속되는 걸 보면 참 맛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걸 느끼는데요.

그만큼 맛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미각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행복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비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질문>
박광식 기자, 미각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 같아요?

<답변>
네, 사람은 최대 200 여가지의 복합적인 맛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한 맛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5가지가 있습니다.

어릴적 한번쯤 배운 기억이 있으실 텐데요.

혀의 위치에 따라, 쓴맛은 혀 뒤, 신맛은 혀 양쪽, 짠맛은 혀 양쪽 가장자리, 단맛은 혀끝에서 느껴진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렇게 딱 정해진 위치에서만 맛을 느낀다는 건 잘못된 사실인데요.

면봉으로 입 안에 대보면, 입 안 어디서든 단맛, 쓴맛을 다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혀의 표면을 보면 좁쌀 같은 것이 도톨도톨 돋아 있죠.

이 돌기 옆 부분에 맛을 느끼는 장미꽃 봉오리 모양의 미뢰, 즉 맛봉오리가 있습니다.

음식물이 입 속에서 침과 섞여 액체로 혀의 돌기 사이사이에 스며들면 돌기 측면 맛봉오리에 있는 맛세포를 자극해 화학신호가 전기신호로 변화되고 신경을 타고 대뇌에 전해져 맛을 느끼는 겁니다.

<질문>
맛봉오리 개수에 따라 맛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지나요?

<답변>
네, 맛을 느끼는 감각은 사람마다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

혀에 있는 맛봉오리가 사람마다 3천여개에서 만여개까지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맛봉오리의 갯수가 얼마나 밀도있게 많으냐에 따라, 맛의 느낌이 달라지는데요.

특히 45살을 전후해 나이가 들수록 맛세포 숫자가 줄어들고, 퇴화하면서 미각이 둔해집니다.

그래서 노인일수록 자신도 모르게 더 짜게 드시는 경향이 있는 것도 맛세포가 줄어들어 맛에 대해 둔감해지기 때문입니다.

<질문>
나이가 미각을 느끼는 데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군요. 그런데 또 비만도 연관이 있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뚱뚱한 사람은 맛을 느끼기 시작하는 기준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처음 발표된 건데요.

먼저 실험 화면부터 보시면, 한쪽은 과다체중이고 한쪽은 정상체중입니다.

각각 옆에다가 소금 농도가 낮은 시험관부터 면봉으로 맛을 보게 했습니다.

정상체중인 사람은 첫번째 입에 갖다대자마자 짠맛이 느껴진다고 손을 듭니다.

반면 비만한 사람은 3번째 시험관에서 짠맛을 느낍니다.

그만큼 짠맛에 둔감한 겁니다.

이번에 전기미각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직접 혀에 전기자극을 주면 쇠맛같은 맛이 나는데 이때 전류 수치로 미각기능을 살펴보는 겁니다.

정상체중인 사람은 40마이크로암페어가 나온 반면에, 비만한 사람은 120 마이크로암페어가 측정돼 같은 맛을 느끼려면 3배 더 높은 전류를 흘려줘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질문>
맛을 덜 느끼는 게 비만 때문인 건가요?

<답변>
네, 실제로 가톨릭대성빈세트병원 연구팀이 20대 정상체중인 23명과 비만인 18명에게 직접 짠맛, 단맛, 신맛, 쓴맛을 보는 화학 미각 검사를 실험했습니다.

결과를 보시면,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비만한 사람이 같은 맛을 느끼기 위해선 설탕은 2배, 소금은 1.8배, 쓴맛을 위한 염화수소퀴닌은 3배 신맛을 위한 시트르산은 1.2배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미각검사에서도 비만한 사람이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2~3배 훨씬 더 높은 전류가 필요했습니다.

뚱뚱하면 맛에 대한 역치가 올라간 탓에 맛에 둔감해진다는 걸 입증한 겁니다.

<질문>
비만이 미각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뭔가요? 농담처럼 말하는 것처럼, 혀에 살이 쪄서 그런가요?

<답변>
네, 좋은 질문인데요. 혀가 두꺼워져서 미각이 둔해진건 아닙니다.

아직까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명확히 밝혀진 건 없지만 크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먼저 뚱뚱한 사람은 혀 끝 맛봉오리에 있는 맛세포들의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평범한 음식의 간으론 입맛이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보상작용으로 더 짜게, 더 달게 먹기 위해 섭취양을 늘리는 과잉섭취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결국 비만을 악화시켜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비만일 경우 뇌 활동의 양상이 일반사람들과 다르게 음식에 대해 중독된 것 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맛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비만이 먼저냐, 둔감해진 미각이 먼저냐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추후 연구가 더 이뤄져야겠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비만이였던 사람보다 대부분 나중에 여러가지 식습관이라든지, 활동부족, 스트레스 같은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해 살이 찌지 않습니까?

이렇게 비만해지면 그 비만 때문에 미각이 더 둔화되고, 둔화된 미각으로 인해서 더욱더 비만이 된다는게 설득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혀에 대한 미각이 둔감하다는걸 빨리 깨닫는게 중요한데요.

그래서 좀 더 싱겁게, 덜 달게 먹고, 운동 등으로 체중을 감량하면서 맛에 민감해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번 오늘 식사하실때 남들하고 얼마나 맛을 다르게 느끼는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는것도 미각이 둔감한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광식기자 (doct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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