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뇌신경질환은 소아청소년에게 발생하는 뇌와 신경계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선천성기형(척수이형성증), 수두증, 뇌종양, 모야모야병 등 뇌혈관질환, 뇌전증, 퇴행성 신경계 질환, 사립체 질환, 말초신경과 근육 질환, 뇌성마비, 유전성 신경질환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은 1985년에 개원한 국내 최초의 어린이 전문 종합병원이다. 의료진도 소아청소년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관련 질환에 대한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교수요원으로 짜여져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뇌신경계 질환에 대해 환자중심의 통합진료와 연구의 필요성에 따라 2008년 12월 31일 문을 연 소아청소년 뇌신경센터(센터장 김승기·51·소아신경외과 교수)는 원내에서 최고의 정수로 손꼽히는 곳이다. 병동은 물론 외래진료실과 수술실을 각각 독립적으로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1회 집담회를 통해 여러 의사들의 의견을 수렴, 최적의 환자 개인맞춤 치료를 도모한 덕분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뇌신경센터는 ‘화합과 아카데미즘, 협력연구’를 핵심가치로 삼아 2020년까지 세계 5대 소아청소년 뇌신경센터 진입을 목표로 교수진 17명이 온힘을 다해 뛰고 있다. 소아청소년신경과 황용승·김기중·채종희·임병찬·김수연·최선아 교수팀과 소아신경외과 왕규창·김승기·피지훈·이지연·최승아·정상준 교수팀, 소아재활의학과 방문석·오병모·신형익·김기원·천성민 교수팀이 그들이다.
이들은 해마다 30편 이상의 연구논문을 SCI급 국제 학술지에 발표, 진료능력 못잖은 연구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기준 외래 및 입원 환자 수는 외래 4만5000여명, 입원 2000여명 등 연간 4만7000여명에 이른다. 뇌신경계 수술실적은 일평균 2.3건씩 연간 600여건이다. 최근 들어 이 센터가 집중하는 소아청소년 뇌질환은 속칭 어린이중풍으로 불리는 모야모야병과 뇌전증, 그리고 뇌종양이다.
모야모야병은 어린이와 젊은이의 뇌혈관이 서서히 막히면서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일으키는 병이다. 1957년 일본 의학자들이 의학계에 처음 보고했다. 뇌혈관이 막히면서 작은 혈관들이 뇌 아래쪽에서 새로 자라 올라오는 모양이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같다 하여 일본어 ‘모야모야’란 병명을 붙였다.
한국과 일본에서 특히 많이 발생, 전 세계 환자의 90%가 두 나라에 집중돼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어린병원 소아청소년 뇌신경센터에서 수술을 받은 모야모야병 환자만도 1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뇌신경센터는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정 ‘소아청소년 뇌신경계 희귀질환 집중연구센터’ 및 ‘줄기세포 중개연구센터’ 역할을 수행 중이다.
센터는 또한 ‘모야모야 디지즈 업데이트(Moyamoya Disease Update)’라는 제목의 영문판 단행본을 독일 출판사 스프링거(Springer)사를 통해 출간,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모야모야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RALDH2’를 세계최초로 발굴, 보고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뇌신경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근육병 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유전자 진단법을 이용, 듀센형 근이영양증과 같은 유전성 희귀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세계유전학회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이끌어낸 클리닉이다. 그만큼 이 센터가 난치성 뇌증, 퇴행성 신경계질환, 소아 뇌 발달 질환 및 유전성 신경계 질환의 진단 및 치료, 예방에 독보적인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2009년부터 안전한 치료를 위해 수술 중 소아환자 생리신경감시 시스템을 구축, 운영 중인 것도 타 기관에선 보기 힘든 시설이다. 센터는 근육병이나 뇌종양 등으로 인해 다양한 장애를 안게 된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기능회복을 위한 재활치료에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또 매년 모야모야병, 뇌종양, 뇌전증, 근육병 환우와 함께 하는 건강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1997년부터 19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척수이형성증 1박2일 가족캠프는 환자와 의료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승기 센터장은 모야모야병 원인규명에 박차… 언제나 다정다감하게 환아 보듬어
1965년생 서울 출신이다. 84년 서울고등학교, 9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및 신경외과 전공의, 전임의 과정을 거쳤다. 2004∼2006년 미국 보스턴 소재 하버드대 부속 브리검여성병원 신경외과 피터 블랙 교수 연구실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치료법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에도 3∼4년 주기로 이 병원을 방문, 1∼2개월간 단기연수를 받았다. 2006년부터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분과장, 2013년부터 소아청소년 뇌신경센터 센터장을 역임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소아신경외과학회 간행이사, 대한신경외과학회지 편집위원, 대한소아뇌종양학회 수모세포종위원장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수모세포종은 소아의 소뇌 쪽에 생기는 대표적인 악성종양이다.
김 교수는 현재 이 종양을 포함한 모든 소아뇌종양과 소아 중풍인 모야모야병, 뇌전증 수술환자를 집중적으로 돌보고 있다. 외래 진료는 주 2회 반나절씩 보고 그 외의 시간은 종일 수술실에서 지낸다. 보통 오전 7시30분에 출근, 오후 11시께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낮 시간에 환자를 보고나면 실험연구 및 논문 집필에 할애할 시간이 저녁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밖에 없다. 그가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주말은 늘 가족과 함께 지내려 애쓰는 이유다. 의대생 시절 동기생으로 만나 결혼, 가정을 이룬 부인 김경선(51)씨가 강남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에서 일하고 있어 더 그런 측면도 있다.
김 교수는 요즘 수모세포종과 뇌간신경교종에 대한 우리나라 표준 진료지침 개발과 기초 중개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또한 소아뇌종양 치료에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치료와 어린이 모야모야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연구자용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김 교수는 언제나 밝은 미소와 다정다감한 태도로 환아(患兒)와 보호자들을 편안하게 보듬어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 명의&인의를 찾아서 [기사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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