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한일전서 확인한 원볼란치의 한계

2016. 2. 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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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결과론적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신태용호의 원볼란치(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운영은 대회 전부터 우려됐던 문제였다. 이는 부상으로 낙마한 이찬동(광주), 김민태(센다이베갈타)의 부재뿐만 아니라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성향을 가진 4명의 창조자(류승우,문창진,권창훈,이창민)를 배치한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인 색깔에서 나온 약점이기도 하다. 조별리그 우즈베키스탄과의 첫 경기부터 요르단과의 8강전까지 신태용 감독은 원볼란치를 고집했다. 그러다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 박용우, 황기욱을 처음 동시에 배치하며 변칙적인 백스리(back three: 3인수비)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신태용 감독은 다시 원볼란치로 돌아왔고 후반 막판까지 계속된 이 전술은 끝내 박용우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선발 명단

황희찬이 소속팀 잘츠부르크로 조기 복기한 가운데 신태용 감독은 원톱 공격수로 김현이 아닌 진성욱을 선택했다.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벤치로 밀려났던 진성욱은 5경기 만에 선발 기회를 잡았다. 나머지 포지션은 큰 변화가 없었다.

포메이션은 4-2-3-1로 출발했지만, 이전에도 그랬듯이 상황에 따라 찰나의 포지션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하지만 이창민이 전진하고 박용우가 센터백 사이로 자주 내려오면서 4-1-4-1과 5-4-1을 오갔다.

#전반전

한국은 매우 조심스럽게 경기를 시작했다. 수비라인을 크게 올리지 않고 지역 방어 후 역습을 취하는 형태를 보였다. 다만 상대 진영에서 공의 소유권을 잃었을 때는 빠르게 압박해 일본의 공격 속도를 늦췄다. 이로 인해 대회 내내 전방의 투톱 공격수를 통해 뒷공간을 노렸던 일본은 공간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박용우가 사실상 3번째 센터백 역할을 하면서 일본의 최전방에 선 구보 우야, 오나이오 아도는 항상 2vs3의 수적 열세에 놓였다.

일본은 예상보다 라인을 높게 유지했다. 이는 4-4-2 포메이션의 특징이기도 하다. 4-2-3-1 같은 4열과 달리 중앙 미드필더를 일자로 나열한 3열 포메이션은 최전방 공격과 최후방 수비의 간격을 좁게 유지하지 않을 경우 압박과 점유를 가져가기 어렵다. 공수 간격이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은 의도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자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2-0

그럼에도 일본 수비는 전반 내내 불안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류승우, 권창훈에게 자주 공간을 허용했다. 전반 19분 심상민의 크로스에서 시작된 공격은 진성욱의 머리를 거쳐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권창훈의 발리슈팅으로 마무리됐다. 슈팅이 약했지만 일본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경기 분위기는 급격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한국은 공을 효과적으로 소유했고 일본은 전방으로 공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 흐름은 전반 내내 계속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일본이 먼저 교체카드를 꺼냈다. 공격수 오나이오를 빼고 미드필더 하라카와 리키를 투입했다. 포메이션도 4-4-2에서 4-3-3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데구라모리 마코토 감독은 투톱이 박용우를 포함한 세 명의 센터백에 밀리자 중원에 숫자를 늘려 점유율을 가져오려고 한 듯 했다. 그러나 이 변화는 2분 만에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사노 다쿠마

그러나 데구라모리 감독은 후반 15분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갔다. 미드필더 오시마 료타를 불러들이고 공격수 아사노 다쿠마를 내보냈다. 포메이션도 다시 4-4-2가 됐다. 이미 2골을 실점한 상황에서 골을 넣기 위해 다시 공격수를 늘린 것이다. 그리고 이는 향후 30분의 경기 흐름을 완전히 일본 쪽으로 바꾸는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변화였다.

#2-2

반면 한국은 변화 없이 경기를 계속했다. 사실 경기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굳이 변화를 가져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이 앞선 경기에서도 후반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아사노가 투입됐을 때 또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추가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모든 게 잘 풀리던 한국은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레 라인이 올라갔고 수비에 공간이 발생했다. 또한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던 류승우, 문창진, 권창훈의 수비가담도 줄어들면서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벌어졌다. 그리고 일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분 만에 두 골을 넣으며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2-3

경기는 원점이 됐고 후반 30분쯤 또 한 번 교체가 이뤄졌다. 그리고 이때 양 팀 감독의 선택은 승패에 영향을 끼쳤다. 일본은 야지마 신야의 체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비슷한 스타일의 도요카와 유타를 투입했다.

그러자 한국도 진성욱, 이창민(부상)을 빼고 김현, 김승준을 내보냈다. 일본처럼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한 변화였다. 하지만 이미 공수 밸런스가 깨진 상황에서, 진성욱보다 활동범위가 적은 김현과 이창민보다 더 공격적인 김승준을 투입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됐다. 여기에 박용우마저 과부하에 걸렸다. 전반에 수비라인이 낮을 때는 박용우가 커버하는 범위가 수비에 한정됐다. 하지만 간격이 벌어지면서 박용우가 뛰어야 할 공간이 많아졌다. 결국 한국의 공격과 수비는 더 벌어졌고 후반 36분 아사노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신태용 감독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어린 선수들의 경험 부족인 것 같다. 팀의 중심을 잡을 선수가 없었다. 90분간 단 1%라도 방심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걸 배웠다”며 경험 부족이 패인이라고 밝혔다. 틀린 얘긴 아니다. 한국은 2-0에서 2-2가 된 후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동준 골키퍼는 “상대가 후반에 뒤진 상황에서도 내려서서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올라갔고 미끼를 문 꼴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벤치의 뒤늦은 대응과 판단 미스도 역전패의 원인이었다. 실제로 신태용도 “일본 감독의 용병술이 뛰어났다”며 상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대한축구협회]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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