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오래보아 예뻤던 전시회~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14년 1월부터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고 전국의 영화관과 공연장, 미술관, 고궁등 다양한 현장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016년 1월 27일은 2016년 새해 첫 ‘문화가 있는 날’이자 ‘문화가 있는 날’ 2주년이기도 했다. 새해 첫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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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
이날 새해 첫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단순히 작품을 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관람이 아닌 직접 자신의 생각을 작품속에 녹여보는 ‘스케치하는 미술관’을 진행했다. 평일 오후 5시까지인 관람시간이 이날은 오후 9시까지 연장됐다.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사진촬영 금지’. ‘전시장내 엄숙’과 같은 문구가 이날만큼은 없었다. 작품 앞 바닥에 ‘드로잉 스팟’ 스티커가 있고 주변으로 편하게 앉아서 스케치 할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있다. 작품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멀찍이 떨어져 사진도 찍고 친구와 작품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스케치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작품의 엄숙함을 벗고 관람객들 가까이 내려온 현장에는 말그대로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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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품 앞에서 스케치하며 생각을 나누는 관람객들. |
전시장을 찾은 모든 관람객들에게 드로잉북과 스케치할 수 있는 연필을 나눠줬다. 한국화의 시대적 흐름을 돌아볼 수 있는 ‘멈추고 보다’전,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남다른 시각으로 보고 표현하는 사진작가 ‘육명심 전’, 조각가 조성묵의 ‘멋의 맛_조성묵’전, 한국 구상화단의 거목 오승우 화백의 ‘기증작품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어느 곳에서라도 마음껏 작품을 감상하고 나름대로 분석하며 나만의 작품을 재구성해보는 시간이다.
작품을 그대로 따라 그리며 작가의 생각을 짚어보고 작품 속에 나만의 생각을 포함시키며 또 다른 작품을 빚어내 보기도 한다. 미술관측에서 추천해주는 작품 앞 드로잉 스팟에서 그림을 그려도 좋고 많은 작품들 중에서 내가 그리고 싶은 작품앞에서 자유롭게 스케치 해도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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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우 화백의 ‘불상시리즈’에서 스케치하는 시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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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앞에 서서 혹은 편하게 앉아서 나만의 세계의 빠져드는 시민들. |
방학을 보내고 있는 초등학생도,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도, 미술에 관심 많은 청년도, 나이 지긋한 중년의 부부도 저마다 드로잉북을 펼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번 ‘스케치하는 미술관’을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정해연 교육담당자는 “평소에는 눈으로만 감상하던 작품을 손으로 직접 스케치해 보면서 작품에 숨겨진,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관람객들이 가졌으면 해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보통 전시회에서는 30초 정도면 작품을 지나쳐가지만 오늘은 작품앞에서 편하게 마음껏 감상하고 작가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될거에요.”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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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앞에서 드로잉하고 있는 시민들. |
중학교 1학년인 김수현, 허다현 양은 먹의 농담만으로 그려진 한국화 앞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미술책에는 우리나라 그림보다 서양미술 작품들이 많은데 미술관에 와서 먹으로 그린 동양화를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다시 그려보고 있는데 그림을 그리려고 하다보니 선이라던지 색을 자세히 보게되는 것 같아요. 작가가 그린 이 산은 어디에 있는 산일까 궁금해지고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니까 작가가 이 그림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도 느껴지고요. 미술관이 더 재밌어졌어요.” 라고 말했다.
고양시에서 온 대학생 백성훈군은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는데 미술관에서 오늘 하루 맘껏 보고 그릴 수 있다고 해서 왔어요. 작가의 작품을 묘사하면서 그림을 자세하게 볼 수 있어서 좋고요. 작가의 생각을 읽고 제 생각을 포함해서 다시 2차 창작을 해보면서 그림이 더 좋아졌어요. 취업이나 학교수업을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며 다시 자신만의 드로잉북으로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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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길 작가의 작품 ‘서울_인왕산’.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손으로 그려보길 권한다. |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라는 시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했다. 그저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는 작품이 아니라 자세히 보고 오래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오랜시간 창작의 아픔을 겪으며 태어난 작품들을 눈으로만 보고 지나치면 아깝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그려보며 작가의 마음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나면 작품이 더 마음에 남을 것이다. 그렇게 가슴에 남아있는 작품은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는 세상살이 속에서 더없이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며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다.
자세히보고 오래보고 가슴에 담을 수 있어 더 특별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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