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마지막 '거리 역사 강좌' 끝까지 뜨거웠던 '바른역사 고민'
[경향신문] ㆍ‘국정화 반대’ 두 달간 진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기존 역사교과서 99.9%가 편향됐고, 0.1%만 올바른 교과서라고 했습니다. 합리성과 다양성이라는 민주주의 가치가 전제되지 않은 채, 자신들만 올바르다는 발상은 결국 반대 세력을 죽이게 됩니다.”
지난 30일 오후 1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맞서 시작된 ‘거리 역사강좌’의 마지막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 속에 옷깃을 파고드는 찬 바람까지 불어댔지만 역사교사와 교사를 꿈꾸는 대학원생, 일반 시민 등 50여명의 청중은 차디찬 계단에 1시간 이상 꼼짝 않고 앉아 열띤 강의에 빠져 들었다.
이날 ‘역사교과서의 대안을 탐색한다’는 주제로 마지막 강의를 진행한 김육훈 서울 독산고 교사는 “역사교육이란 화석화된 지식을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능동적 사고를 통해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게 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평소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대학생 박윤재씨(24)는 “국정화로 친일 미화 등 근·현대사의 왜곡이 우려돼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자 이 자리에 왔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강의를 듣기 위해 남양주에서 2시간을 달려온 역사 교사 최운씨(35)는 “길거리 강좌임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 역사교과사 국정화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자들을 위해 다양한 사료를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거리 역사강좌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학자와 교사 등이 뜻을 모으며 시작됐다. 시민들에게 국정화가 왜 문제인지, 역사교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쉽게 설명하자는 취지였다. 지난해 11월21일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의 첫 강의를 시작으로 사학계 원로와 교사, 교과서 집필자 등 다양한 강사들이 이승만 정권의 정통성 여부 등 역사인식 문제부터 국정교과서가 담으려는 가치 문제, 역사 교육의 대안까지 다양한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사상 초유의 한파가 휘몰아친 날에도 어김없이 40~50명의 청중이 모였고, 많게는 200명 이상이 강의를 들었다.
두 달 넘게 한겨울 주말 거리를 달궜던 10번의 역사 강의는 막을 내렸지만 메아리로 사라지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0번의 강의 내용은 삼일절인 오는 3월1일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글·사진|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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