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선] 이모티콘의 진화
[경향신문] 보이지 않는 대화 상대에게 추임새를 넣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짧은 시간에 담아 보내는 데 최적화한 이 시대 상형문자. 바로 이모티콘이다. 이모티콘은 온라인 대화를 즐겁고 풍부하게 한다. 존재 자체로 유쾌할 뿐 아니라 단 한방에 상대방과의 사이에 놓인 벽을 허문다.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친근함을 보여야 하는 상황, 거절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지만 뭔가 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모티콘은 빛을 발한다. 사람들이 돈을 주고라도 이모티콘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상에 파고들면서 이모티콘은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됐다. 새로운 이모티콘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낳고, 공급은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매주 수십개의 새로운 이모티콘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은 참신하고 기발한 이모티콘에 지갑을 연다. 전문가들은 올해 SNS 기업들의 이모티콘 매출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모티콘 유료화는 카카오가 2011년 말 시작했다. 당시 이 업체가 판매한 이모티콘은 6개였지만 지난해 3000개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이모티콘이 들어간 메시지는 월 4억건에서 20억건으로 늘었다. 요즘에는 스타 연예인이 등장하는 ‘리얼콘’도 나오고 있다. ‘백세인생’으로 유명한 가수 이애란씨의 노래가사,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배우들의 개성 있는 표정 등이 담긴 것 등이 인기다.
이모티콘 돌풍은 온라인 차원을 넘어섰다. 이모티콘 캐릭터가 들어간 인형과 문방구, 휴대전화 케이스 등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런 파생상품까지 합치면 이모티콘 시장 규모는 연간 3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기존 대기업도 제품 이미지를 본뜬 이모티콘을 만들어 ‘친구 관계’를 맺는 소비자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식으로 판촉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ㅠ.ㅠ’(슬픔의 의미)처럼 기호의 조합으로 출발한 이모티콘은 노란 얼굴의 ‘스마일리’를 거쳐 문자 반열에 오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의 원천이 됐다. 진화하는 이모티콘의 끝은 어디일까.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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