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퀸'이라니"..여자테니스 세계 6위 케르버, 세리나 윌리엄스 꺾고 '깜짝' 우승

김세훈 기자 2016. 1. 3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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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자프로테니스 세계 6위 앙겔리크 케르버(28·독일)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수의 팬들은 세계 1위 세리나 윌리엄스(35·미국)가 쉽게 이기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케르버가 촘촘한 수비와 정확한 샷으로 윌리엄스를 꺾고 첫 ‘메이저 퀸’이 됐다.

케르버는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4400만호주달러) 여자단식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2-1(6-4 3-6 6-4)로 제압했다. 이전까지 메이저대회에서 두 차례 4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던 케르버는 13년 프로생활 끝에 첫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독일 선수가 메이저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오른 것은 1999년 슈테피 그라프 이후 17년 만이다.

케르버는 왼손잡이의 강점을 앞세운 각도 큰 샷과 빠른 발을 이용한 수비력으로 윌리엄스를 괴롭혔다. 케르버는 3세트 게임스코어 3-2로 앞선 상황에서 윌리엄스의 서브게임을 10분 가까운 접전 끝에 따냈다. 승기를 잡은 케르버는 윌리엄스 서브게임을 한 번 더 가져오며 2시간8분의 접전을 마무리했다.

케르버는 공격 성공 횟수 25-47, 서브 최고 시속 164㎞-196㎞로 밀렸지만 실책이 13-46으로 적었다. 케르버는 “미칠 정도로 좋다”며 “메이저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윌리엄스의 얼굴도 밝았다. AP통신은 “윌리엄스가 진짜 밝은 표정으로 케르버를 축하했고 시상식에서 진심어린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내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다. 나보다 잘해 우승한 케르버를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사람들은 내가 코트에 나설 때마다 이기리라 예상하지만 나는 로봇이 아니다”라며 “이번 우승으로 세계 2위로 올라온 케르버를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자테니스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도 트위터를 통해 “둘 다 너무 잘했고 멋진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적었다.

케르버는 일상생활은 대부분 오른손으로 하지만 테니스 라켓은 처음부터 왼손으로 잡았다. 케르버는 “그냥 느낌이 좋았다”고 할 뿐 뾰족한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2003년 프로로 전향한 케르버는 여자프로테니스투어(WTA)에서 7회 우승했지만 큰 대회에서는 부진했다. 케르버는 그 한계를 ‘우상’ 그라프와의 훈련을 통해 극복했다. 케르버는 지난해 그라프와 연습경기를 하며 자신감을 회복했고 그라프는 이번 호주오픈에서도 휴대전화 메시지로 케르버를 계속 응원했다.

가디언은 “그라프가 케르버에게 영감을 불어넣었고 케르버는 그라프 기록에 접근하려는 윌리엄스를 저지해 화답했다”고 전했다. 윌리엄스가 우승했다면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22회 패권을 차지하며 그라프의 통산 2위 기록과 동률을 이룰 수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케르버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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