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복지의 역설] 한 번 늘린 무상보육 되돌리니..어린이집 5곳 중 1곳꼴 '폐원 위기'

고은이 2016. 1. 3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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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확대되자 어린이집 '우후죽순' 정부, 재원 부담에 뒤늦게 지원 대상 축소 영세 어린이집 정원 못 채워 '경영난' 속출

[ 고은이 기자 ] 무상보육 시행 이후 어린이집이 급증했지만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폐원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보육 대상을 갑자기 확대하는 과정에서 영세한 어린이집이 난립하면서 일부 대형 어린이집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오는 7월부터 종일제 무상보육 대상이 축소되면 영세 어린이집 폐원이 가속화해 ‘보육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잉복지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작용”이라며 “한번 확대한 무상보육을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운영난에 문닫는 어린이집

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1월 4만여곳에 달하던 전국 어린이집 중 1200여곳이 최근 3년 사이에 문을 닫았다. 2012년 이후에 생겼다가 폐원한 곳까지 합치면 최근 3년간 문닫은 어린이집은 1600곳이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어린이집 수는 4만2300여곳으로 정점을 찍은 2013년(4만3700여곳)보다 감소했다.

2008년 3만3400곳이던 전국 어린이집은 2014년 4만3700곳까지 급팽창했다. 무상보육 실시 이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필요가 없는 전업주부 가정까지 보육료 권리를 챙기면서다. 정부는 갑자기 늘어난 보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린이집 설치 자격 요건을 느슨하게 운영했다. 늘어난 어린이집 1만곳 중 영세한 가정어린이집이 8000곳이나 됐다. 하지만 관리감독 수준은 급증한 어린이집 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어린이집 폭행사건마저 잇달아 발생했다. 막대한 무상보육 재원(3~5세 약 4조원)을 두고 누리과정 논란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이 운영난에 문을 닫고 있다. 보사연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에 따른 폐쇄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폐원한 어린이집 1200곳의 평균 정원 충족률은 68.5%밖에 되지 않았다. 대기순위를 받고 입학 통보만 기다리는 일부 대형 어린이집 상황과는 정반대다.

◆무상보육 시간 줄인다는데…

정부가 올해 보육 대상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폐원 어린이집은 더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월부터 종일제(하루 12시간) 보육이 필요 없는 전업주부 가정은 최대 7시간까지만 어린이집 이용이 가능하다. 아이를 더 맡기려면 자비(시간당 4000원)로 보내야 한다. 그동안 부모의 소득 및 보육 여건과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제공하던 무상보육 체계를 정부가 대폭 손보기로 하면서다.

전업주부 가정의 보육료가 줄어들고, 양육수당까지 올라가면 0~2세 아동을 주로 받고 있는 영세한 가정어린이집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도 전체 어린이집의 18%(7638곳)는 정원 충족률이 68.5%(최근 3년간 폐원한 어린이집 평균) 미만이다. 정원의 절반(50%)도 못 채우는 곳도 8%(3482곳)나 된다.

◆폐원 어린이집 아동은 ‘발 동동’

문제는 어린이집 폐원이 속출하면 그 피해를 영유아 가정과 보육교사 등이 고스란히 받는다는 것이다. 폐원한 어린이집 아동의 다른 시설 이동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탓이다.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원장은 폐원 2개월 전까지 지방자치단체에 폐원 신고서를 내야 하지만 폐원 사실을 언제까지 학부모에게 알려야 하는지는 구체화돼 있지 않다.

현재 폐원 위험이 높은 어린이집 수천곳이 문을 닫으면 당장 전국 수만여명의 아동을 돌볼 곳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유재언 아이오와주립대 연구원은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무상보육 정책으로 어린이집이 단기간에 급증했다가 다시 폐원하는 모양새”라며 “영유아 가정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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