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 마뜩잖아 보이는 두 전직 대통령 아들들의 행보

박상준 2016. 1. 3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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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삼(YS)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보통 이름을 줄여 표현할 때 김씨로 하지만 김씨가 너무 많아 현철, 홍걸씨로 적겠습니다)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국민들이 일어나 이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는데요. 최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삼남 홍걸씨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동교동계 인사들을 향해 날을 세운 데 이어 요즘 정치권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YS, DJ) 아들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철씨는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직 산소에 떼도 입히지 않았는데 정치적 아들이라는 사람이 아버님의 무덤에 침을 뱉고 있다”며 “누군가 배신의 정치라고 했던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여기서 ‘정치적 아들’은 평소 YS를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라 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한 것입니다.

현철씨가 김무성 대표를 향해 날카로운 화살을 날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이틀 전인 28일에도 “문민정부 당시 총선 공천은 누구나 인정하는 개혁공천이었고 지금도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계시는데 이를 비난하는 것이 정치적 아들이 할 일인가”라고 김 대표를 비난했었습니다.

최근 김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민정부 시절인 15대 총선(1996년) 당시 신한국당의 공천 과정을 설명하며 “나도 그 때 들어왔지만, 그 과정을 보면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할 정도로 비민주적이고 탈법 행위가 있었다. 당시 권력의 힘 앞에서 의원들은 파리 목숨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자신이 관철시키려 하는 상향식 공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당내 ‘친박’진영에서 국민경선 대신 전략공천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전략공천은 권력자가 자신의 사람을 심기 위한 것이었음을 비판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문제는 당시 신한국당 총재가 YS였다는 점입니다. 김현철씨 입장에서는 15대 총선 공천은 그 어느 때보다 개혁적인 공천인데, 김 대표가 이를 부당하게 폄훼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현철씨는 김무성 대표에게 비판의 화살을 쏜 다음 이번에는 화살을 박 대통령에게 돌렸습니다. 그는 “막강한 권력으로 자신에게 대든 (유승민) 원내대표를 유신의 추억처럼 단칼에 날렸다”고 비판한 뒤 “분연히 일어나 이 무도한 권력자들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며 총선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현철씨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가 터졌을 때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질타하면서 총선에서의 정부ㆍ여당 심판을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YS 서거 이후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도입, 역사바로세우기 등 YS 업적에 대한 재조명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차남 현철씨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표도 현철씨가 야당 후보로 20대 총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현철씨 본인은 총선 출마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당시 정치권에서는 아버지 상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뿐 현철씨의 출마는 시간 문제로 보는 이들이 많았고, 더민주 내부에서도 시간을 갖고 천천히 ‘그림을 만들어 보자’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1일. 현철씨가 몇 달 전 문재인 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상황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듯 했습니다. 당시 현철씨는 더민주가 민주당 창당 60주년 기념사업회가 마련한 기념 행사에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저는 앞으로도 문 대표님과 정치 노선을 같이할 생각입니다만 그것은 문 대표님과 직접 만나서 상의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메시지가 공개되자 다시 한 번 현철씨의 영입 문제가 불거지게 됐고, 현철씨는 곧바로 “지난번 삼우제 이후 정치를 떠나겠다고 밝혔고 그 의미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얘기였다”며 “더 이상 제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현철씨가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정치 이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자신의 아버지인 YS를 겨냥한 외부의 공격을 막는 ‘수비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향해 ‘공격수’ 역할까지 자임하고 나선 것은 그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DJ의 삼남 홍걸씨의 최근 행보와도 상당 부분 겹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어머니 이희호 여사를 만난 안철수 의원 측이 대화를 몰래 녹취한 논란과 관련해 “그 일에 개입된 사람이 누구 누구라는 것을 대충 짐작은 하는데. 그분들이 대부분 저희 아버님을 모셨던 사람들”이라며 동교동계 인사들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날을 세웠습니다. 그는 “그분들한테 한 마디만 하고 싶다. 아무리 정치판이 혼탁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곳이라지만 최소한 인간의 도리는 지켜야 되지 않겠나”라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최근 더민주에 입당한 홍걸씨는 이희호 여사가 문재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입당을 반대했다는 동교동계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전화는 문 대표가 물러나시면서 인사 드리러 가겠다고 드린 건데, 번거롭게 오실 필요 없다고 해서 전화로만 안부를 주고 받으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동안 정치권 주변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홍걸씨가 아버지 DJ와 한솥밥을 먹던 동교동계 인사들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하며 정치권 뉴스 메이커로 갑자기 등장한 것은 이채롭습니다. 물론 어머니 이희호 여사가 언급되면서 사실과 다른 말들이 떠도는 것을 자식 입장에서 가만 두고 볼 수 없어 직접 나선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기가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홍걸씨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고, 일부에서는 ‘김홍걸(호남)-김현철(영남) 동시 출격’ 시나리오까지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직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못했습니다. 특히 홍걸씨의 두 형인 홍일, 홍업씨는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가 지난주 당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홍걸씨는 입당은 했지만 불출마 하기로 했다”는 ‘정리 발언’을 하면서 일단 상황은 일단락됐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과 제3당인 국민의당 출현 등 정치권이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무쌍한 변화를 보이는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의 발언들과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자연인으로서 두 사람 모두 선거에 출마하고 정치의 한복판에 나서는 것이야 자유입니다만 두 사람이 기성 정치에서 어느 한 쪽 편을 들게 되면 분명 다른 한 쪽과는 대립각을 세워야 하게 됩니다. 아니 어쩌면 3당의 출현으로 한 곳 이상의 상대와 비판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럴 경우 자신들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아버지, 어머니의 뜻과 업적들은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이 정치권에서 조명을 받는 이유가 바로 부모의 삶과 정치적 업적의 덕을 많이 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이 선거에 나서면 상대 후보들은 어쩔 수 없이 이기기 위해 그들과 그들 부모의 약점을 파고들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그들 스스로가 이기기 위해 그들 자신의 장점보다는 그들 부모의 장점을 내세울 것이 뻔하기 때문인 것처럼요. 두 전직 대통령 아들들의 행보가 개운치 않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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