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손오공'부터 인도 '하누만'까지.. 원숭이 담은 고미술 70점

심진용 기자 2016. 1. 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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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6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 원숭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손오공’입니다. 원숭이의 해를 맞아 특별한 전시회가 열립니다. 강원 원주 치악산 기슭 명주사에 있는 ‘고판화박물관’에서 다음달 2일부터 5월15일까지 3개월 동안 ‘서유기 특별전-붉은 열정 손오공’ 기획전을 개최합니다.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미술 4200여점 가운데 손오공과 다른 원숭이 관련 작품 70여점을 선정해 전시합니다.

서유기 고사 육필 연화. 청 후기 작품. 고판화박물관 제공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서유기> 100회 중 40~41회의 내용을 가로 220㎝, 세로 90㎝ 크기 대형 천에 그렸습니다. 요괴 ‘홍해아’가 어린 아이로 둔갑해 삼장법사 일행을 현혹하는 대목부터 시작해 손오공이 홍해아의 불 공격에 쩔쩔 매는 모습, 관음보살의 도움으로 홍해아를 물리치는 모습 그리고 불법에 귀의한 홍해아가 관음보살의 제자가 되는 장면까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렸습니다.

‘연화’(年畵)는 복을 기원하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로 새해 첫날 대문에 걸었던 그림을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세화’(歲畵)라고 부릅니다. 연화는 풍습상 그해 마지막날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아 지금까지 전해지는 육필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석석왕후. 청 후기 작품. 고판화박물관 제공

이 작품의 주인공도 손오공입니다. <서유기>를 보면 손오공은 동승신주 오래국이라는 곳의 화과산 꼭대기에서 커다란 바위가 벼락에 맞아 쪼개지면서 태어난 돌원숭이라고 합니다. 손오공은 화과산에서 ‘미후왕’을 자처하고 원숭이 무리의 왕 노릇을 하며 무릇 짐승들을 지배했습니다. 동굴 속 작은 원숭이가 나뭇가지 하나를 쥐고 커다란 호랑이를 쿡쿡 찌르며 괴롭히는 그림 속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서유기 소설 목판 삽화. 일본 에도시대 작품. 고판화박물관 제공.

<서유기>는 중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화려한 채색 삽화를 곁들인 <서유기> 소설책도 여러권 나왔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원숭이는 오래전부터 사랑 받는 동물이었습니다. 원숭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우키요에도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유기 소설 목판 삽화. 일본 에도시대 작품. 고판화박물관 제공.

아래의 ‘세 원숭이’는 일본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작품입니다.

손오공 우키요에. 고판화박물관 제공

세 마리 원숭이가 각각 눈, 귀, 입을 가리고 있습니다. 사악하고 잡스런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공자도 <논어>에서 “예가 아닌 것은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원숭이가 원체 까불거리기 좋아하는 동물이라 ‘예’를 강조하는 가르침이 한층 더 강조된다고 합니다.

미녀와 원숭이 우키요에. 고판화박물관 제공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원숭이는 그리 인기 있는 동물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원숭이 이야기를 하면 하루종일 재수가 없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기피했습니다.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원숭이가 자생하지 않아 친근감을 느낄 기회가 없었던 탓이 아닐까 합니다. 경주 김유신묘에는 다른 12지신과 함께 원숭이상이 조각돼 있습니다.

청면동자와 세 원숭이 목판화. 일본 에도시대 작품. 고판화박물관 제공

이색적인 원숭이 판화입니다. 인도에서 만든 석판화 작품인데, 고대 인도의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원숭이왕 ‘하누만’을 그렸습니다. 하누만은 수많은 원숭이들을 이끌고 다니며 초월적인 힘으로 악마와 싸우며 맹활약합니다. 하누만이 중국으로 전래돼 손오공이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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