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막오른 '신권 전쟁'

오현태 2016. 1. 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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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 맞이 계획은 26일부터 세우는 것이 좋다. 26일과 27일은 아이들에게 줄 세뱃돈을 새 돈으로 바꿔두고 정초에 필요한 당근, 무, 배추, 생선 등을 미리 구입해 놓을 것…….’

1970년 12월23일 한 일간지에 ‘주부의 재치로 즐거운 송구영신’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의 한 구절이다. 세뱃돈을 새 돈으로 마련하는 것을 새해 맞이 준비의 첫 손에 꼽은 것을 보면, 설 전에 구권을 신권으로 바꾸는 것이 오래된 세습(世習)임을 알 수 있다.

어릴 적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 뒤 특유의 잉크 냄새가 나는 빳빳한 새 돈을 받고 매끈한 표면을 신기하다는 듯 살펴봤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 쯤은 있을 것이다. 새 돈의 한쪽을 잡고 손가락을 튕겨 ‘따악 따악’ 소리를 내는 것도 신권 받는 재미 중의 하나다. 해마다 설이 다가오면 은행에는 신권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설을 닷새 앞둔 13일 서울 한국은행 본점에서 설 자금이 시중 은행으로 방출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을 앞두고 은행에서 ‘신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각 은행 영업점에서는 대게 설 연휴 시작 열흘에서 일주일 전부터 신권을 교환해 준다. 신권의 양이 넉넉하지 않아 1인당 교환 한도를 두는 곳도 있는데, 보통 권종별로 5장에서 20장 사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1만원권과 5만원권은 교환 개시 하루 이틀이면 동나기 때문에 영업점에 전화를 해서 신권 보유 여부와 기간을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신권은 본점에서 영업점의 신청을 받아 한국은행에서 수령해 영업점에 배분한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신권을 배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일에 신청하는 영업점이 가장 많을 것 같다”며 “다음주 중에 우리은행 각 영업점에 가면 신권 교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8일부터 특별수송 기간을 통해 신권을 영업점에 공급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설 전의 수송은 신권 공급 위주”라며 “신권 교환기간이나 1인당 교환 한도를 본점에서 따로 정하지 않고 각 영업점의 사정에 맞게 한다”고 말했다.

신권교환은 영업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은행에서 연휴 기간 동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운영하는 이동점포에서도 가능하다.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5∼6일 이틀간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강릉방향)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 이동점포에서 신권 교환을 해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권이 떨어져서 헛걸음하는 고객이 없도록 수량을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다음달 5∼6일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부산방향)와 KTX 광명역 1번 출구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이동점포에서도 신권 교환을 할 수 있다.

한은의 각 지역본부 화폐 교환창구에서도 구권을 신권으로 바꿀 수 있다. 1인당 한도는 각 지역본부마다 다른데, 한은 본점(서울 남대문) 창구는 1인당 1만원권 50만원(50장), 5만원권 100만원(20장), 1000원권 50만원(500장), 5000원권 100만원(200장) 등이다.

신권 수요가 설 연휴 전에 몰리다 보니 한은에서는 매년 신권의 5분의 1 이상을 설 직전에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화폐 신권 발행액 및 환수율’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2014년 신권 발행액 12조7213억원 중 22%(2조7651억원)를 설 연휴 전 10영업일 동안 발행했다. 비용은 총 1215억원이 들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그해 신권 발행액의 27%와 28%가 설 연휴 전 10영업일에 발행됐다.

한은은 매년 설마다 폭증하는 신권 수요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설을 앞두고 ‘세뱃돈, 깨끗한 돈이면 충분합니다’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전국 2만1000여곳의 금융기관 영업점 및 공공기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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