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선비의 고장 장성에서 만난 겨울

입력 2016. 1.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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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겨울 산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단조롭다.

지난가을 울긋불긋한 애기 단풍으로 사람들을 위로해주었던 장성 백양사도 거추장스런 옷을 모두 벗고 흰 눈을 맞았다.

큰 도로의 눈은 모두 녹아 언제 폭설이 내렸는지 무색할 정도였지만, 백양사에 들어서자 한겨울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름드리나무 숲을 지나 꽁꽁 얼어버린 호수를 한참 바라보다 한가롭게 눈길을 걸어 백양사에 올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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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백양사에는 잔설이 반기고.. 노란꽃으로 향기나는 '옐로우시티'로 변모

천년고찰 백양사에는 잔설이 반기고…

노란꽃으로 향기나는 '옐로우시티'로 변모

(장성=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잔설(殘雪)처럼 쌓여 있는 당신 / 그래도 드문드문 마른 땅 있어 / 나는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 폭설이 잦아드는 이 둔덕 어딘가에 /무사한 게 있을 것 같아…(나희덕 시 '잔설' 일부)

폭설이 내린 겨울 산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단조롭다.

지난가을 울긋불긋한 애기 단풍으로 사람들을 위로해주었던 장성 백양사도 거추장스런 옷을 모두 벗고 흰 눈을 맞았다.

큰 도로의 눈은 모두 녹아 언제 폭설이 내렸는지 무색할 정도였지만, 백양사에 들어서자 한겨울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수백 년을 자랑하는 갈참나무와 소나무에 남은 잔설이 중력을 따라 땅으로 녹아내리고, 인적마저 끊긴 오솔길은 쓸쓸하기만 하다.

아름드리나무 숲을 지나 꽁꽁 얼어버린 호수를 한참 바라보다 한가롭게 눈길을 걸어 백양사에 올라본다.

봄에는 벚꽃이 피었을 것이고 여름에는 눈이 부시도록 청명한 녹음이 드리워졌을 숲은 하얀 속살을 드러낸 채 겨울을 버티고 있었다.

일주문을 지나 얼음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오르니 멀리 백학봉의 학바위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송광사와 함께 호남 최대의 사찰이지만, 백양사는 단아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청명한 목탁 소리가 번진다.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인 뒤 산을 내려와 식당을 찾았다.

백양사 입구에는 산채비빕밥 전문 식당이 즐비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맛과 가격이 모두 비슷한 만큼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후회는 없다.

난로에서 하얀 김을 내며 끓어 오르는 보리차로 속을 달래니 비빔밥 한 상이 차려져 나온다.

양념을 넣어 볶은 산나물과 표고버섯 볶음, 시금치 위에 달걀 고명이 올려진 산채비빔밥을 쓱쓱 비벼 입에 넣으니 알싸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매콤한가 싶더니 어느새 고소한 맛이 느껴지며 입에서 녹아내린다.

간단하게 비빔밥만 즐길 수도 있고 여유가 있으면 다양한 밑반찬이 함께 나오는 산채 정식도 먹을 만하다. (산채비빔밥 9천원·산채정식 1만5천원)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비빔밥을 뚝딱 먹은 뒤 축령산으로 향한다.

백양사 숲이 잎을 땅에 내줬다면 피톤치드로 유명한 축령산 편백숲은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다.

서삼면 모암리와 북일면 문암리 일대 257ha에 이르는 편백숲에 다다르자 향긋한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상쾌한 향이 몸속에 들어온다. 아무도 밟지 않는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본다.

축령산 편백숲은 인공 조림지다. 춘원 임종국(1915~1987) 선생이 1956년부터 벌거숭이 땅에 나무를 심었다.

자신의 땅도 아니었지만 개인재산을 털어 나무를 심어 오늘의 편백 숲을 만들었다.

산림청은 2002년 숲을 사들여 고(故) 임종국 조림지로 조성해 숭고한 뜻을 기렸다.

백양사와 축령산 말고도 장성에는 가볼 곳이 많다.

수상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는 장성호와 기암괴석이 늘어선 남창계곡,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인 홍길동 생가, 하서 김인후(1510~1560)를 추모하기 세워진 필암서원도 대표적인 관광지다.

최근에는 삼한시대에 축조한 것으로 알려진 임암산성과 1950~1960년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금곡영화마을도 인기다.

장성군은 지난해부터 노란꽃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향기나는 옐로우 시티'를 조성하고 있다.

한겨울에도 노란 겨울팬지가 흰 눈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봄부터 가을까지 금계국, 메리골드, 백일홍, 해바라기, 국화가 거리를 수놓는다. (문의 : 장성군청 061-390-7241)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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