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드 배치 사실상 용인..대중 외교엔 심각한 '자충수'
[경향신문] ㆍWSJ “한·미 내주 공식 발표할 듯”
ㆍ중국 외교부, 즉각 경계 메시지
ㆍ한반도 ‘신냉전구도’ 형성될 수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사실상 용인 방침을 밝힘에 따라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촉발된 안보 위기가 미·중의 충돌로 이어지고 한국은 미국의 입장에 서서 중국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밀리고 한국은 대중국 외교에서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막후에서 (한·미의) 사드 배치 논의는 이미 다 끝난 상태이며 미국은 다음주 정도에 한·미 양국이 사드 시스템에 대해 협상 중이라고 발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만간 사드 협의 결과가 발표될 것이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먼저 미국에 사드 배치를 요청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주한미군의 보호를 위한 명분으로 한국 내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이를 지지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서 이미 감지됐다. 박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미국 국방부의 빌 어번 대변인은 이날 경향신문의 문의에 “사드 배치에 대해 어떠한 공식 협의도 없었고,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한·미 간에는 상당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워싱턴보다는 서울에서 한·미 군사라인 사이에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으로 한국이 드디어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를 ‘한·중관계의 마지노선’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의 신중한 처리를 희망한다”며 즉각 경계의 뜻을 나타냈다. 중국은 지난 27일에도 관영매체를 통해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경고음을 보냈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명분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아시아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고 한반도에 새로운 냉전구도를 형성시켜 북핵 해결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중국이 한국 주도의 통일정책을 외면하게 만든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보여왔던 행보와도 모순적이다. 특히 사드의 효용성이 아직 검증되지도 않은 상태여서 국방부도 “군사적 효용성 등 기술적 사항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할 정도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서 파악 중이라는 것이 미국과의 협상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하고 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외교관 출신의 소식통은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부의 대중국 외교 사망선고이자 동북아시아 안보를 불안하게 만들어 피해를 자초하는 자충수”라며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완전히 아마추어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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