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총선 다자구도 야권 '광주 대전' 불꽃

구혜영 기자 2016. 1. 2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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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13 총선을 앞둔 야권이 속속 광주행 열차에 오르고 있다. 야권 분열로 수도권 총선 전망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호남 선거 성패가 향후 야권 각 정당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에 ‘호남’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29일 “비상대책위원회·선대위 연석회의가 31일 광주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은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에 이어 다른 호남권 신당과의 후속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안 의원은 더민주 탈당 이후 광주에서 정권교체 의지를 수시로 밝혔다. 정의당은 최근 노회찬 전 의원에게 광주(광산을)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를 진보정당 부활과 공동정부 실현을 위한 교두보로 삼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노 전 의원은 서울 노원병과 경남 창원 성산 출마도 고심 중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 정도면 ‘광주 대전(大戰)’이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야권이 앞다퉈 광주로 향하는 이유는 이번 총선의 ‘특별한’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초유의 야권 다자구도라는 점이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2012년 19대 총선까지 광주는 특정 정당에 거의 몰표를 던졌다. 현 더민주 계열 정당이다. 거의 ‘독점’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정당 지지율 60%대를 상회해야 한 지역에서 독점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에 대입하면 현재 광주 상황은 이전과 판이하다.

더민주만 해도 소속 지역구 의원 8명 중 강기정(북구갑)·박혜자(서구갑) 의원을 제외한 6명이 탈당했다. 정당 지지율도 더민주와 국민의당 각각 30%대 안팎이다.

이번 총선이 야권 내 ‘복수정당제’로 치러지는 첫 선거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이 개최한 ‘한국정치, 제3의 길을 말한다’라는 간담회에서 “이번 총선에서 3당 체제가 자리 잡고 건전하게 경쟁할 때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구도 변화는 ‘광주 선거’ 성격도 바꿔놓았다. 기존 광주(호남)는 새누리당과 대결하는 ‘대여 투쟁’ 1번지였다. 광주지역 야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대표 야당’을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결과에 따라 제1야당 교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라진’ 구도와 성격은 전략 변화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역대 총선의 야권 전략은 정권심판론이 시작과 끝이다. 심판론이 강한 선거일수록 야권은 ‘1 대 1’ 구도 형성에 사활을 걸었다. 2012년 19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김욱 교수는 저서 <아주 낯선 상식>에서 “호남은 왜 세속적 욕망을 포기하고 ‘광주정신’이라는 정치 역할만 강요당해야 하나”라는 화두를 던졌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오랜 세월 이 지역은 ‘착한 호남 콤플렉스’에 시달렸다고 했다. 광주·호남 이익과 삶을 존중하는 선거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광주 총선이 대선 전초전이라는 의미도 무시하기 어렵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최근 광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인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과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의 광주 차출설이 대표적이다.

<구혜영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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