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이너스 금리 '서프라이즈'..환율전쟁 불붙나(재종합)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5대4로 ‘-0.1%’ 정책 금리 채택
엔화 급락, 주가는 급등,국채 금리 사상 최저...아베노믹스 탄력 기대
中 춘제 앞두고 매일 공개시장 운영키로…ECB 3월에 추가 통화 완화 나설 듯
노무라 “한국 대만 태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 앞당겨 질 듯”
중국발(發) 성장 둔화와 금융 시장 혼란, 저물가 등으로 아베노믹스가 침몰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일본은행(BOJ)이 29일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은행은 사상 최대인 연간 80조엔 규모의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실시해왔으나 현재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제 일본 통화정책의 핵심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전환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날 하락세로 출발한 닛케이 225지수는 2.8% 상승 마감했다.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의 금리는 장 중 한때 0.09%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0.1 %를 밑돌았다(국채 가격 상승). 달러당 엔화 가치는 118엔대에서 120엔대로 떨어졌다. 이번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저물가 방어를 위해 오는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확대 등의 추가 부양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人民)은행은 자본 유출을 우려해 대규모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도입으로 일본발 ‘아시아 환율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디플레 우려해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일본은행은 이날 추가적인 금융 완화 정책으로 -0.1%의 기준금리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정책결정위원 9명 중 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하며 가까스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지준 중, 초과 지준에 대해 전년도 평균잔액을 넘어서는 부분에 부과되는 금리는 종전 0.1%에서 -0.1%로 낮아진다. 초과 자금 예치에 대해 사실 상 징벌적 금리를 부과해 시중에 돈이 돌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일본은행은 현행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산 매입 계획(연간 80조엔 규모)은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이 계획 하에 일본 정부 국채,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투자신탁 등을 매입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성명에서 “(경기하강) 징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2%의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앞서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자산 매입 계획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일본은행이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고 분석한다. UBS증권의 아오키 다이주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일종의) 제도 변화로, 이제 일본은행의 주요 통화정책은 마이너스 금리가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로는 유로존(-0.3%) , 스위스(-0.75%), 스웨덴(-0.35%) 등이 있다. 이중 유로존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 주요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 일본 경제지표 악화…일본은행 부양 압력 ↑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최근 수 년간 약세를 보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일본은행에 대한 경기 부양 압박은 높아져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아베 신조 총리의 노력이 역풍을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나섰다고 분석했다.
물가 외에도 일본의 각종 실물경제 지표는 최근 들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1.4%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폭은 전문가 예상치(-0.3% 수준)보다 크게 악화된 것이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액이 전년보다 10.8% 감소하는 등 중국 발 경기둔화 영향이 컸다. 같은 달 일본의 가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어 들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다르면 도카이도쿄리서치센터의 무토 히로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하락과 엔화 강세를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은 (더 오르지 않고) 제로(0) 수준에서 움직이고,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조만간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발표한 경제 전망 검토 보고서에서 오는 4월부터 시작하는 회계연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개월 전 1.4%에서 0.8%로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물가상승률은 2018년 3월 1.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 ECB 3월 추가 완화 유력…中 춘제 앞두고 이미 공격적 유동성 투입
앞서 지난주 ECB도 추가적인 통화 정책 완화를 시사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21일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갖고 “기존 통화정책을 다시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의 통화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CB 역시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률 목표(2%) 달성이 요원해지고 있다. 유로존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ECB는 올해와 내년의 물가상승률을 각각 1.0%와 1.6%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저물가 문제는 아니지만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는 것을 우려해 돈을 쏟아붓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서만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5900억 위안(약 107조 7500억원)을 시중에 투입했다. 이는 지난 2013년 2월 첫째주(6620억 위안) 이후 최대 규모다.
또 최대 명절인 춘제(春节, 음력 설) 연휴 기간에도 금융 시장의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단기 단기유동성조작(SLO)을 매일 실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공개시장 조작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만 실시했다.
◆ 일본발(發) 아시아 환율전쟁 촉발 우려
일본의 마이너스금리 정책 도입으로 아시아 지역에 환율전쟁(통화전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통화전쟁이란 각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통화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뜻한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금리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과 자동차 등 제조업체 분야에서 경합을 벌이는 우리나라 수출업체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날 마이너스금리 소식이 알려진 직후 엔화가치는 급격히 하락, 오후 1시 한때 달러 당 121엔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노무라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대만 태국 중앙은행이 올해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돼 왔다”며 “(이번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 도입으로)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싱가포르 통화청도 이르면 오는 4월, 늦어도 올해 안에 명목실효환율(NEER)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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