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EU '각자도생', 고민 커진 한국은행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미국 금리인상 방향성 유지한 가운데 EU·중국·일본은 추가 부양책 선택…한은 추가 금리인하 압력 높아질 듯]
일본은행(BOJ)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양적 완화 정책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과 EU(유럽연합)의 양적 완화에 이어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주요국들이 각자도생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상반된 통화정책을 구사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 일본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결정= 일본은행은 29일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새로 예치하는 자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연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지급 준비급 이상으로 맡긴 돈에 연 0.1%의 이자를 지급했지만 이젠 0.1%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연간 80조엔에 달하는 양적질적완화(QQE)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 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엔화약세를 유도하고 수출을 늘리는 등 현재의 디플레이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안간힘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물가상승률은 0.2%로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돌았다. 광공업생산지수도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0.3% 정도다.
일본은행은 “필요할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이번 결정으로 일본 엔화가 2~3%정도 추가 절하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같은 엔화약세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4.69원으로 이날 하루에만 24.11원 떨어졌다. 오정근 건국대 “원/엔 재정환율은 최소 1000원은 넘어야 국내 주요제품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中·EU 돈 풀기 지속, 미국은 긴축 스탠스= 중국, EU 중앙은행들은 이미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써 왔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수차례 금리를 내린데 이어 이번 달에만 1조300억위안(약 187조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저물가 대응 차원의 마이너스 금리 확대 등의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난해 12월 7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세계 경기둔화로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소 떨어졌으나 금리인상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았다.
◇ 커지는 금리인하 기대감…부담 커진 한은=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국가들이 상반된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운영에 고려할 요인도 많아졌다.
시장에는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형성됐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이 세계 경기둔화를 우려해 추가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가정 하에 한은이 올해 1~2회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저유가와 수요부진으로 1.4%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2016~2018년 물가안정목표치인 2%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이를 고려해 올해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그러나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세, 대외 금리격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을 고려하면 쉽게 금리인하를 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은이 1.5% 기준금리를 7개월째 동결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상당액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리인하시 금융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추가 금리인하에 상당한 부담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 저물가 기조는 세계적인 물가하락 추세 속에 나타난 것”이라며 “금리인하가 저물가에 최적의 정책대응이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당장 물가가 낮다고 금리를 낮추는 기계적인 정책운용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오는 2월 16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일본은행 결정으로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가 심화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생긴 것도 사실이지만 역으로 보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경기 위축우려를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이런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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