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 사업자 출범 7차 도전도 실패.."자금조달 계획 비현실적"(종합)

전준범 기자 2016. 1. 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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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이동통신 판매점의 모습 / 조선일보DB
허가신청 법인별 심사 결과 /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정부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위해 마련한 단계적 통신망 구축 계획 /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와 경쟁할 ‘네 번째’ 기간통신사업자가 이번에도 선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2010년부터 총 7차례에 걸쳐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했지만, 어느 도전 기업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9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제4이동통신 허가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신청한 3개 법인의 사업계획서를 심사한 결과 어느 사업자도 허가 적격 기준인 70점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사업 계획 비현실적…자금조달 능력도 부실”

미래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기간통신사업 허가기본계획을 토대로 제4이동통신 허가 신청 접수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퀀텀모바일, 세종텔레콤(세종모바일), K모바일 등 3개 법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3개 법인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적격심사를 통과했다. 이후 미래부는 법률·경영·경제·회계·기술 등의 분야별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꾸리고, 이달 24~29일 각 법인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심사했다. 26일에는 신청법인 대표자와 지분율 3% 이상 구성주주를 대상으로 한 청문 조사도 실시했다.

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심사 항목별로 60점 이상(100점 만점 환산 기준)을 받고, 총점은 70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3개 법인의 총점은 퀀텀모바일 65.95점, 세종모바일 61.99점, K모바일 59.64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회는 3개 법인 모두 전반적으로 자금조달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망 구축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퀀텀모바일은 사업권을 획득하고 1년 이내에 전국 85개 주요 시·도에 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정적인 부분에서도 일부 주요 주주의 출자금이 허가 신청시 제출한 내용과 상당 부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모바일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만 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상당 기간 망을 구축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은 정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종모바일은 자금 조달 계획 역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K모바일의 경우 설립 자본의 원천인 해외 자본을 어떻게 조달할 지에 대한 계획이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이 법인의 소유 구조가 불투명해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다.

조 국장은 “시장 전망, 사업자 간 경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올해 상반기 내에 허가정책 방향을 재정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시장 진입 문턱 낮췄지만…기존 3사는 ‘환영’

그동안 국내 통신업계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등장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도 의외의 반전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을 발표하는 등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을 계속 해왔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지난해 시분할(TDD) 방식의 2.5기가헤르츠(㎓) 대역 40메가헤르츠(㎒) 폭과 주파수분할(FDD) 방식의 2.6㎓ 대역 40㎒ 폭을 우선 할당 대역으로 설정하고, 신규 기간통신 사업자가 기술방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TDD는 같은 주파수 안에서 데이터 송수신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다. 반면 FDD 방식은 상하향 주파수를 따로 쓴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은 기술이다.

정부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해 왔다. 신규 사업자가 통신망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허용했고, 사업 초기 통신망이 깔리지 않은 지역에서는 기존 통신사가 네트워크를 의무적으로 빌려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기간통신사업자는 기존 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사업자와는 달리 직접 망을 구축하고 관련 시설을 지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으로 신규 사업자의 대규모 투자 부담을 줄여주려 한 것이다.

이런 특혜에도 불구하고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또 불발로 끝이 났다. 조 국장은 “우선은 알뜰폰과 같은 기존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자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017670)은 “이미 기존 3사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제4이동통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더 신중하고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는 정부 발표를 반기면서도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존재하는 이상 제4이동통신 사업자 등장이 곧바로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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