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임대료.. 홍대 클럽 마이크 'OFF'
5년새 운영 비용 두배 상승
찾는 손님은 절반으로 줄어
2년동안 10여곳 문 닫아
가로수길·경리단길 이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심화
구도심 매력·예술성 잃어
2011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에서 밴드 공연 위주의 ‘라이브 클럽’을 차려 운영해오던 이모(49) 씨는 오는 3월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이 씨는 많은 돈을 벌진 못하더라도 ‘라이브 공연 1번지’인 홍대에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크게 오른 임대료와 줄어든 손님 탓에 라이브 클럽 운영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 씨가 입주한 건물 임대료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 수준이었지만, 건물주가 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두 배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새 클럽 운영비용은 두 배 이상 뛰었지만, 손님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초창기만 해도 하루 100명에 가까운 손님들이 밴드 공연을 보기 위해 라이브 클럽을 찾았으나 최근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비일비재했다.
이 씨는 “대형 댄스클럽이나 커피·의류 프랜차이즈 매장에 밀려 홍대 라이브 클럽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면서 “라이브 공연의 1번지였던 홍대가 밀려드는 자본 때문에 명성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밴드 공연의 메카였던 홍대 라이브 클럽 역시 임대료 상승 등 영향으로 줄줄이 폐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환경의 변화로 중·상류층이 구도심 지역으로 몰리면서 비싼 임대료나 집값 등을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29일 라이브클럽협동조합에 따르면 홍대 인근에서 최근 2년 새 10여 곳의 라이브 클럽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7월에는 자우림, 델리스파이스 등 유명 밴드들이 거쳐 간 홍대 라이브 클럽 1세대 ‘프리버드’가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20년 만에 문을 닫고 이전했다. 3월까지 3∼4곳이 추가 폐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대 앞뿐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종로구 삼청동,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등에는 커피나 의류업체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들어섰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하면 구도심이 본래 가지고 있던 특유의 매력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지역의 상업적 가치가 오르면 건물주는 당연히 수익성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상업성이 구도심 특유의 매력과 예술성을 밀어낸 것으로, 이 같은 현상은 점점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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