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난소암' 삼성반도체 노동자, 업무상재해 첫 인정

박용하 기자 2016. 1. 2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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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난소암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법원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원에서는 그간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과 뇌종양의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바 있으나, 난소암까지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난소암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노동자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씨는 1993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입사해 온양사업장에서 6년2개월 동안 근무하다 1999년 6월 구토와 복부팽만 등 이상 증상을 보여 퇴사했다. 이듬해부터 난소에 경계성종양, 악성종양 등 진단을 받고 치료를 벌였으나 36살이 되던 2012년 암이 전이돼 사망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반도체 공정으로 인한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지만 공단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난소암과 관련이 있는 유해물질로는 석면, 탈크, 방사선 등이 있으나 망인이 근무한 공정에서는 위 물질들이 취급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공판 과정에서 유족 측은 이씨가 유해성이 있는 에폭시수지 접착제 EN-4065, 8351C를 사용했다고 했으나, 삼성과 근로복지공단 측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사실조회를 한 결과, 현장에선 해당 접착제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접착제의 성분은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와 생식독성물질 페놀의 화합물이 포함돼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부실한 역학조사도 확인됐다. 공단 측은 역학조사 당시 일부 유해성 물질의 농도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고, 공기 중 유해인자에 대한 작업환경측정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이씨에게 난소암이 발병한 원인은 의학적으로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망인이 작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유해 화학물질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이고, 상당한 기간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며 피로,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해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망인에게 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난소암은 그 발병 원인 등이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한 병이라 연구가 다수 이루어진 다른 질병에 비해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의 정도가 완화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관하여는 증명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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