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소득원을 마련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3층 보장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연금(1층), 회사가 주는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2층), 좀 더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보장받기 위한 개인연금(3층)으로 탄탄한 노후설계를 해보자.
◆‘마르지 않는 은퇴 자금’ 시나리오 쓰기
#. 직장인 A씨(31)는 매달 돈을 알뜰하게 모은다. 급여 200만원으로 생활비와 월세를 지출하고 나머지는 결혼비용 마련을 위해 투자와 저축을 하는데 정작 자신의 노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노후자금의 필요성은 알지만 아직 은퇴 이후의 삶이 멀게만 느껴져서다. 이제 30대에 막 접어든 A씨의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는 게 효율적일까.
가장 먼저 은퇴 후 자금 시나리오를 써보자. 노후자금은 가정과 개인 사정에 따라 제각각 달라 정확히 얼마라고 얘기하기 어렵지만 통상 은퇴 전 생활비의 60~70%를 준비하는 게 좋다. 보험개발원이 제시한 은퇴가구당 필요 최소생활비는 월 196만원, 적정생활비는 월 269만원이다.
자신이 쓸 노후자금을 좀 더 정확히 계산하고 싶다면 목돈지출용과 월 생활비 등 2가지 용도를 따져보자. 은퇴 후 목돈이 나가는 곳은 자기계발비, 여행경비, 여가비용, 주거이전 비용 등이다. 특히 의료비와 간병비용이 목돈으로 지출되는 항목에 포함된다. 노후에 필요한 자금이 10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등장한 것도 이런 의료비와 간병비가 고려되기 때문이다.
노후생활비는 월·분기·연 단위로 나눈다. 월 생활비에는 매달 지출되는 보험료·통신료 등을 담고 분기나 연간 단위로 지출되는 비용에는 세금과 각종 공과금을 포함한다. 이렇게 노후자금비용을 꼼꼼하게 파악해두면 새는 돈을 최소화하고 지출을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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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노후설계의 기본, 국민연금으로 기초공사
연금자산을 점검할 때 가장 먼저 국민연금부터 살펴보자. 국민연금은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고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해 지급한다는 강점이 두드러진다. 또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한 뒤 ‘내연금 알아보기’를 클릭하면 그동안 납부한 횟수와 금액이 사업장(회사)별로 상세히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연금을 조회하면 수급개시 시점과 그때 받을 수 있는 월 지급액을 알아볼 수 있다.
국민연금 모의계산기를 통해 A씨의 연금액을 산출해보면 65세인 2051년 3월에 A씨가 받을 수 있는 예상금액은 현재가치 기준 매월 약 74만원이다(만 60세까지 중단 없이 계속 납입하는 것을 전제).
한정림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인플레이션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고 보험료를 낸 것보다 최소 약 1.7배 이상 많은 금액을 수령하기 때문에 노후설계 기초공사를 하기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퇴 크레바스, 퇴직연금으로 다리놓기
은퇴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는 직장에서 일찍 은퇴한 중장년들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은 통상 은퇴한 50대 가장이 국민연금을 탈 수 있는 65세가 될 때까지 5~12년간 소득이 없는 시기다. 일종의 ‘은퇴 보릿고개’인 셈.
은퇴 크레바스 기간이 길어지면 노후생활수준은 더 낮아진다. 보릿고개를 넘기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은 곡식을 차곡차곡 준비해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퇴직연금·개인연금과 같은 가교연금으로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하자.
연금 2층에 해당하는 퇴직연금은 요즘 ‘핫’한 재테크상품으로 꼽힌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가입기간 10년 이상, 만 55세 이상이 되면 연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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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직장인에게 DB형과 DC형 중 어느 쪽이 유리할까. 먼저 임금상승률과 투자수익률을 비교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높다면 DB형을, 그 반대라면 DC형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DB형은 퇴직하기 직전 평균소득에 근무연수를 곱해 퇴직급여가 결정된다. 따라서 근무기간 동안 임금삼승률이 높으면 퇴직금도 그만큼 커진다. 반면 DC형은 선택한 금융상품의 운용실적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므로 투자수익률이 중요하다.
즉, 임금상승률이 안정적이고 근속연수가 비교적 긴 기업의 근로자는 DB형을, 반대로 연봉제를 도입하고 평균 근속연수가 짧은 기업의 근로자는 DC형을 선택하는 게 알맞다. 퇴직연금의 기대수익이 궁금하다면 보험사의 퇴직연금 코너에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이 밖에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더라도 퇴직금을 계속 적립할 수 있는 개인퇴직계좌(IRP)를 활용할 수 있다. IRP 가입은 퇴직금을 받기로 약정한 날 또는 퇴직금 80% 이상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입금하면 된다. IRP는 DC형과 같이 개인이 운용책임을 지는 구조기 때문에 펀드 변경이 자유롭다.
◆개인연금으로 3층 꼭대기 쌓기
대부분 55~65세부터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40대 후반~50대 초반 실직 등의 위험을 커버해주는 개인연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은퇴 크레바스를 넘은 뒤 국민연금으로 기초적인 생활비를 쓰고 부족한 생활비를 개인연금으로 충당한다면 살아생전 노후생활비가 떨어질 염려가 없다.
A씨와 같은 직장인이라면 해마다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보험 가입을 고려할 만하다. 매년 소득공제 혜택을 누리면서도 노후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저축은 해당연도에 납입한 금액의 최대 16.5%를 연간 40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예컨대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의 직장인이 한해 동안 400만원, 월 33만원씩 납입한다면 66만원을 돌려받는다. 연소득 5500만원 초과 시에는 13.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단, 중도에 해지하면 그동안 공제받았던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