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안가리는 '분노의 시한폭탄'.. 유영철보다 더 독한 사이코패스

2016. 1. 2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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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

그를 면담한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은 "타인의 고통에 냉담하고 거리낌 없이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라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성향까지 있어 K 씨에게 훼손된 자존감을 찾기 위해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잔혹하게 화풀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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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내면]법정서 유가족 모욕 '트렁크 살인범' 김일곤
[동아일보]
15일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트렁크 살인사건’의 4차 공판이 열렸다. 피해 여성의 여동생 주모 씨(35)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김일곤은) 너무 당당하고, 큰소리치고, 사건과 상관없는 이야기만 합니다. 살인자도 인권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예의란 게 있는데….”

주 씨는 울먹이느라 말을 끝맺지 못했다. 피고인 김일곤(49)을 쳐다보며 파르르 떨기도 했다. 김일곤은 줄곧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이고 외면했다.

김일곤은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이라고 운을 뗐다. 순간 그가 반성하나 싶어 법정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김일곤은 곧 “영등포 벌금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을 돌렸다. 법정에선 “아∼” 하고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김일곤이 20대 남성 K 씨와 다툰 일로 벌금 50만 원을 문 것이다. 김일곤은 복수하기 위해 K 씨를 찾아갔지만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힘도 센 K 씨에게 겁을 먹고 도망쳤다. 그 후 김일곤은 여성을 납치해 복수에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노래방에서 일하던 K 씨에게 납치 여성을 “도우미로 취직하고 싶다”며 접근시켜 그를 유인하려 한 것. 김일곤은 지난해 9월 9일 충남 아산에서 복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납치한 여성이 반항하자 살해했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트렁크에 싣고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차량에 불까지 질렀다.

김일곤은 사과는커녕 “내 억울함을 밝히는 일이 피해자를 위한 것”이란 이해할 수 없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이런 김일곤의 내면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이코패스’가 있다. 김일곤은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33점이 나왔다. 25점을 넘으면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그를 면담한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은 “타인의 고통에 냉담하고 거리낌 없이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라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성향까지 있어 K 씨에게 훼손된 자존감을 찾기 위해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잔혹하게 화풀이했다”고 설명했다.

김일곤은 유족에게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유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김일곤의 손에 잔인하게 훼손된 시신을 보고 치를 떨었다. 그런데도 김일곤은 태연히 “내가 시키는 대로 했으면 살려줬을 것”이라며 피해자 탓을 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는 김일곤을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유영철, 강호순보다 위험한 인물로 꼽았다. 권 경감은 “유영철과 강호순은 부유층이나 여성 같은 특정 대상을 골라 범죄를 저질렀지만 김일곤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는 성향이 있다”며 “어릴 적 가출해 범죄로 삶을 이어가며 피해의식과 사회 증오를 키워 사소한 일에도 충동 조절이 불가능한 시한폭탄 같았다”고 분석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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