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더욱 교묘해진 가짜 양주, '리필 양주'판친다
[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해 단종된 우리나라 최초의 양주 캡틴큐입니다.
1980년 출시 당시, 700mL 큰 병 한 병에 3천 원.
서민 양주라는 별명도 붙었지만 가짜양주의 주 원료라는 오명 속에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이제 가짜 양주는 사라진 걸까요?
더욱 교묘해진 가짜 양주 유통을 취재했습니다.
염규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의 유흥가.
요즘도 가짜 양주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유흥업소 종업원]
"가짜 술은 없어요. 가짜 술은 시중에는 거의 없고요."
하지만, 다른 형태의 가짜가 나돈다고 귀띔합니다.
[유흥업소 종업원]
"가짜가 아니고요. 술이 가짜는 아니에요. 잔술(남은 술)이 많은 거죠."
업자들이, 가짜 양주를 제조하는 대신 남긴 술, 즉 손님이 먹고 남긴 양주를 재활용한다는 겁니다.
거꾸로 넣을 수 없게 병 입구를 특수설계한 양주병도 많지만,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유흥업소 종업원]
(빈 양주병에) 고무장갑 꼭지 부분만 잘라서 입구에 맞춰서 끼워요. 양주를 모으는 거죠. 감쪽같이 한 병을 만들 수가 있어요."
양주병 뚜껑과 포장 비닐까지 정교하게 만들지 못해 들키기 쉬울 경우엔 종업원이 따는 시늉만 합니다.
[유흥업소 종업원]
"비닐 같은 것은 눈속임, 마술 같은 거죠. 주로 가라오케가 그런 식으로 많이 하죠. (장소가) 시끌시끌하고요."
지난해엔 남은 양주를 페트병에 모아 가짜 양주 만 4천 병, 시가 55억 원어치를 유통시킨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신종 가짜 '리필 양주'가 도매로도 유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남은 술을 다시 넣어 섞어 파는 경우, 일단 뚜껑을 딴 뒤에는 가짜인지 가려내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국세청의 주류 분석실.
가짜 양주를 가려내기 위해 알코올 함량은 물론 술 색깔과 향기 성분까지 분석하지만, 리필 양주는 원료가 진품이다 보니 식별이 어렵습니다.
실제로 국세청이 최근 3년간 수사기관 등에서 가짜로 의심된 양주 170여 건을 분석한 결과, 가짜로 확인된 건 6%에 불과합니다.
[조호철/국세청 계장]
"저급 술이나 에탄올로 만든 가짜 위스키 같은 경우 지금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남은 술을 모아서 불법 제조한 가짜 주류 같은 경우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세청이 분석실까지 두고 가짜 양주를 찾아내려는 건, 양주값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리필 양주' 한 병이 유통되면 가격에 따라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의 세금이 새어 나가는 구조입니다.
현재는 양주를 따기 전 진품 확인용 RFID칩을 확인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걸 확인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주점 사장]
"(RFID 식별장치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확인 하려 하지도 않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소비자 분들도 모르니까 업자들도 거기에 대해 신경을 안 쓰게 되는 거죠."
국세청은 가짜 양주가 의심되거나 업소에서 진품 확인을 거부한다면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MBC뉴스 염규현입니다.
(염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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