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복잡한 것은 싫다'..SNS시·라이트노벨 열풍

2016. 1. 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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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문학장르 파괴한 SNS시집 판매량 급증

기존 문학장르 파괴한 SNS시집 판매량 급증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토일요일 자기들이 미친듯이 놀아놓고/ 내가뭐를 어쨌길래 뭐만하면 내탓이고" (이환천 '월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인터넷 공간을 빌려 응축된 글을 선보이는 SNS 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인기를 의식한 듯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26일부터 'SNS 시인시대전(展)'을 열고 있다.

SNS 시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시가 아닌 '말장난'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 새로운 문학 형태라는 시선도 있다.

기존 문학 장르를 파괴하며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SNS 시만이 아니다. 라이트노벨(Light Novel)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시작된 라이트노벨은 만화를 글로 옮겨놓은 듯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라이트노벨에 대해서도 '이게 소설이냐?'라는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젊은 세대는 읽기 쉬운 라이트노벨에 환호하고 있다.

SNS 시와 라이트노벨이 오프라인 출판계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두 장르에 속한 책들의 판매량이 빠르게 늘면서 침체됐던 출판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 '촌철살인'의 매력…오프라인도 점령한 SNS시

교보문고가 집계한 이번 달 셋째주 시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자.

'SNS 시 선구자'라 할 수 있는 하상욱 시인의 '시 읽는 밤: 시 밤'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시 읽는 밤'은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초판본을 누르고 몇 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SNS 시집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대호 시인의 '읽어보시집'(10위), 하상욱 시인의 '서울 시'(16위) 등 SNS 시집 5권이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포함됐다. 이들의 활약은 함께 순위에 포함된 이해인, 류시화, 김용택 등 원로 시인들의 명성을 무색하게 한다.

SNS 시집의 인기 조짐은 작년부터 포착된다.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대표 SNS 시인인 하상욱, 최대호, 이환천, 글배우, 김수안의 시집 판매권수를 집계한 결과 작년 1월 총 430권에 불과했던 판매량은 지난달 1천990권으로 급증했다. 1년이 채 안 돼 판매량이 4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하상욱과 글배우의 시집이 나온 10월에는 3천750권이 팔려 오프라인 출판계에서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SNS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를 오프라인으로 직접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존 시인과 다른 SNS 시인들의 활발한 활동을 강점으로 꼽는다. 이들은 초야에 묻혀 시를 쓰는 선배들과 달리 각종 강연과 라디오, TV 예능에도 출연하며 독자와 소통한다. 특히 하상욱은 재작년 자신의 시집 '서울 시'를 노래로 묶어 '회사는 가야지' 등 2개의 싱글앨범을 발매해 시집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기존 시집과 다른 독특한 구성도 독자를 유혹한다.

최대호 시인은 작년 펴낸 '이 시 봐라' 시집에 '너도 써 봐라'라는 컬러링 코너를 별책으로 추가했다. 그는 책 곳곳에 독자가 다시 시를 쓸 수 있는 칸을 비워놓고, 그림에 색칠할 수 있도록 색도 넣지 않았다. 독자가 시인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 시집의 인기비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소설의 미래?'…10·20대 사로잡는 라이트노벨

1970년대 일본의 청소년 소설에서 출발한 라이트노벨은 만화 속 캐릭터를 소설 속에 넣거나 SF·판타지 소설의 구성을 따르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라이트노벨에는 '너무 가볍다'는 평가가 따라다니지만 새 라이트노벨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10·20대 독자들의 예약주문이 폭주한다고 출판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예스24가 국내 도서 내 라이트노벨의 판매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재작년 1.65%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작년 2.19%로 늘어났다. 국내 문학 점유율이 같은 기간 6.1%에서 4.87%으로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또 작년 판매량도 62만3천권을 기록해 145만2천권이 팔린 국내 문학 도서의 절반에 육박한다.

라이트노벨의 인기는 한국 문학의 침체와 맞닿아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한국 소설에서 점점 이야기가 사라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라이트노벨도 그런 측면에서 독자들의 욕구를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 '어려운 것은 싫다'…공감대 형성이 인기비결

SNS 시집과 라이트노벨의 인기 뒤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책은 회피하는 최근 독자들의 성향이 숨어 있다.

최대호 시인은 SNS 시집의 인기비결을 묻는 질문에 "SNS 시는 누구나 읽어도 쉽게 이해되고, 복잡하지 않다"며 "SNS를 잘 안 하시는 분들도 서점에 가서 제 시집을 보고는 '재미있네'하고 바로 사신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장은수 대표도 "문학성을 차치하고 SNS의 시는 짧고, 이해하기 쉽다"며 "젊은 독자들은 깊은 생각을 하기보다 가볍게 즐기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SNS 시는 문학을 가볍게 소비하고 싶은 독자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진다"고 밝혔다.

두 장르 모두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힘든 현실을 책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독자들이 SNS 시집과 만화같은 라이트노벨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최대호 시인은 "백수 시절 제 이야기를 시로 써서 SNS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제 시를 읽으면 마치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공감되고, 위로가 된다는 점이 제 시집을 사는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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