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12장 온기로 버티는 '달봉이네'
[한겨레] 유기견 180마리 비닐하우스 생활
변변한 난방없어 실내 영하8도
정부지원 없는 탓 한파준비 못해
“또 버려지게 할 수 없어” 발만 동동
“확실히 날씨가 풀리긴 했는데, 여긴 산골짜기라서 별다를 게 없어요. 하우스 안에 있는 물은 아직도 한나절 만에 얼어버려서 일부러 물을 끓여다 퍼날라야 해요. 또다시 추위가 닥치면…. 그땐 또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네요.”
영화 20도를 밑돌던 맹추위가 한풀 꺾인 27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근처 산 중턱에서 유기견 보호소 ‘달봉이네’를 운영하는 원아무개(65)씨는 혹독했던 맹추위의 기억을 떨쳐내지 못했다. 기록적인 한파가 덮친 지난 며칠 동안, 비닐하우스 두 동을 이어붙여 만든 달봉이네도 추위를 피할 수 없었다. 유기견 180여마리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것은 한 번에 연탄 6장씩을 피울 수 있는 난로 2개가 전부였다. 비닐하우스 위에 천막을 덧대고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단열집도 들여놨지만 추위를 피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앞서 지난 25일 보호소를 찾았을 당시에는 비닐하우스 안 온도가 영하 8도까지 떨어졌다.
이곳에 머무는 유기견은 대부분 털이 짧은 종이라 추위에 약하다. 하루에 두 번 사료와 물을 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일을 혼자서 도맡아 하고 있는 원씨는 “날씨가 많이 추워서 더 힘들지만, 애기(유기견)들 눈을 보면 차마 버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고령에 고혈압까지 앓고 있는 그는 “한번 버려진 아이들인데 어떻게 또 버릴 수 있느냐. 할 수 있는 데까지라도 더 버티고 싶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4년 펴낸 ‘동물등록 및 유기동물 처리현황’을 보면 2014년 한 해에만 모두 8만1000여마리의 동물이 버려졌다. 그나마 행정의 보호 테두리 안에 들어온 숫자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집계되지 않은 동물은 그 몇 배나 될 것”이라고 본다.
버려진 동물들이 그나마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건, 달봉이네 같은 사설 유기견 보호소 덕분이다. 그러나 사설 보호소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지원’이 아닌 ‘단계적 축소·금지’에 맞춰져 있다. 유기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사설 보호소를 통한 임의적인 구조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사설 보호소의 역할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탓에 사설 보호소가 한파 대비책을 제대로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달봉이네가 그나마 단열집 32개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모금을 통해 500여만원을 모아준 덕분이었다. 단열집 안은 시민들이 보내준 헌 이불로 채울 수 있었다. 카라 입양봉사팀의 조성민 간사는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시설에 유기동물 1마리당 10만원 정도를 지원한다. 그나마도 보호기간은 열흘로 제한돼 있다. 부족한 유기견 보호시설을 사설 보호소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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