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남아돌아도 가격은 못 내린다? 우윳값의 진실

2016. 1. 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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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우유가 남아돌고 있습니다.

벌써 3년째입니다.

그런데 가격은 그대로입니다.

남아돌아도 안 떨어지는 우윳값의 진실, 오늘 [앵커의 눈]에서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인기 아이돌 가수가 우유가 몸에 좋다고 선전합니다.

대형마트에선 두 개 묶음 할인에 끼워팔기로 판매됩니다.

하지만 주소비층인 14살 이하 아이들은 2000년대 들어 20퍼센트 가까이 줄었습니다.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크고 건강해진다는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이민선]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파서 안 마시는 경향도 있고..."

우유업체 창고엔 수천 톤의 탈지분유가 쌓여 있습니다.

안 팔리는 우유를 분유로 보관해 둔 겁니다.

업체 모두 남아돌다 보니 원가의 3분의 1 가격에도 처분이 쉽지 않습니다.

[최 모 씨/우유업체 관계자]
"다른 유업체도 마찬가지로 탈지분유가 지금 재고가 많이 있기 때문에... 판로는 지금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앵커 ▶

어제오늘 얘기는 아닌데요.

배현진 앵커, 우유가 대체 얼마나 남는 겁니까?

◀ 앵커 ▶

현재 우유 20만 톤, 1리터짜리로 따지면 2억 개가 창고에 쌓여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일단 생산량이 계속 늘었습니다.

재작년에 최고 기록을 깼고요, 좀 줄이겠다던 지난해에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면 국민 한 사람이 지난 한 해 동안 마신 우유는 1리터짜리 기준 32개 정도였는데, 15년 만에 10% 가까이 줄었습니다.

적자로 문 닫는 업체까지 나왔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박상도/한국유가공협회 전무]
"영남우유가 현재의 어려움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유가공사업을 포기하고 폐업을 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저렇게 남으면 원유 생산을 확 줄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앵커 ▶

그렇죠. 원유 쿼터제라는 게 있습니다.

조합이나 우유업체 등에서 농가의 우유 생산량을 미리 정해주는 겁니다.

그런데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나세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원유쿼터제는 2002년 원유의 초과생산으로 대란이 일어나면서 도입됐습니다.

시장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정하자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낙농가들은 이에 반발하면서 정부 주도의 낙농진흥회에서 대거 탈퇴했습니다.

낙농진흥회에 서울우유 등 지역조합, 우유업체 계약 농가까지 소속이 제각각이 되면서 할당량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특히 우유업체들은 원유가 모자랄 때마다 경쟁적으로 소속 농가의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 앵커 ▶

생산량은 통제가 안 된다는 얘기인데,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나세웅 기자, 우유가 이렇게 남아도는데 가격은 왜 그대로인 겁니까?

◀ 기자 ▶

우윳값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농가는 사료비와 인건비, 그리고 생산마진 등이 더해진 원윳값을 받습니다.

사료비 등은 매년 시세대로 갱신되고 물가상승률도 반영됩니다.

농가들은 우유판매량과 상관없이 최소한 이 가격은 보장받는 거죠.

업체들이 공급량 확보를 위해 원윳값을 고정시켜둔 건데 우윳값은 여기에 제품개발비 등을 더해져 더 높아집니다.

업체들은 우유가 남아돌아도 생산비보다 싸게 팔 수는 없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앵커 ▶

제도 자체는 농가의 안정적인 생산을 돕기 위한 거 아니었나요?

지금처럼 우유가 남아돌면 결국은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될 텐데, 당장 생산량을 좀 줄이면 안 되는 이유는 뭡니까?

◀ 기자 ▶

생산과정 때문인데요.

새끼 젖소가 젖을 짤 수 있을 만큼 크려면 28개월이 걸리고, 원유생산이 충분한 수준이 되려면 두 번 이상 새끼를 낳아야 하니까 최소 4~5년이 걸립니다.

농가들은 이런 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우유 생산량을 늘려 왔는데 시장의 수요보다도 너무 많이 늘려놓은 상태입니다.

생산량을 줄이려면 당장 젖소를 도살 처분해야 하지만, 막상 우유가 모자랄 때는 갑자기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줄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앵커 ▶

결국은 각자가 손해를 볼 수는 없다는 거군요.

나세웅 기자, 수고했습니다.

우윳값이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닐 텐데요.

낙농국가가 많은 유럽은 어떨까요.

런던 이주승 특파원 설명 들어보시죠.

◀ 리포트 ▶

시판 생수보다 싼 우유.

도로에 쏟아부으면서 시위를 벌입니다.

슈퍼마켓에 젖소를 끌고 와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하소연하고.

[우유생산업자]
"앞으로 신선한 우유를 못 구할 겁니다. 이 값에는 팔 수 없으니까요."

우유를 뒤집어쓰면서 힘든 상황을 알리기도 합니다.

영국의 경우 낙농가의 우유 납품가격은 지난해 34%나 급락했습니다.

유럽 낙농가 대부분이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에 밑지면서 납품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럽 내 쿼터제가 폐지돼 생산이 늘었고, 러시아 수출중단 등으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 업체는 리터당 10펜스씩 더 비싸게 받아서 그만큼 생산자에게 돌아가게 하는 이른바 '낙농사랑 우유'란 새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 앵커 ▶

소비자와 낙농가가 부담을 나누기 시작한 건데, 그만큼 위기라는 거겠죠.

◀ 앵커 ▶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우유가 남는다지만 지난해 치즈 수입량은 역대 최대였고요.

가격이 싼 중국산 우유 수입을 검토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수출로 활로를 찾으려는 우유업체도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우유가 너무 남아서 길에 쏟아버리는 일이 우리도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앵커 ▶

나만 생산을 줄여 손해 볼 수는 없다는 낙농단체.

망하게 생겼으니까 원윳값 먼저 깎으라는 우유업체들.

생산제도 가격제도 바꾸지 않고 우유가 남아도니 많이 먹어달라고만 한다면 소비자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요?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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