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이젠 한일전이다 '한번 더 해피엔딩'
운명이다. 아시아 최강으로 손꼽히는 한국과 일본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축구 최종예선 결승에서 만난다. 한·일 라이벌의 자존심이 걸린 ‘단두대 매치’다.
신태용 감독(46)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준결승에서 개최국 카타르를 3-1로 눌렀다. 사상 첫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다. 앞서 열린 다른 준결승에선 일본이 이라크를 2-1로 꺾었다. 결승전은 30일 밤 11시45분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한·일전은 말그대로 ‘전쟁’이다. 패자에게 위로의 박수가 아닌 비난이 쏟아진다. 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 신 감독이 잘 안다. 현역 시절 일본을 만날 때마다 이를 악물고 뛰었던 신 감독은 배수의 진을 쳤다. “한·일전이 진짜”라며 결승전에서 한복을 입고 지휘봉을 휘두르겠다고도 했다. 이 경기에서 지면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업적도 빛이 바랜다.
지금껏 한국은 올림픽 무대에서 일본을 상대로 3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자메이카 혼혈인 스즈키 무사시(알비렉스 니가타·1골)를 비롯해 유럽파 구보 유야(영보이스·3골), 나카지마 쇼야(2골·도쿄) 등을 앞세워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준결승에서 ‘도하의 비극’을 설욕하면서 사기가 올랐다. 일본은 1993년 도하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아시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라크에 경기 종료 17초전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너진 쓰라린 추억이 있다.
신 감독은 한·일전 돌파구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던 팔색조 전술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카타르전 승부수였던 스리백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한국은 카타르를 상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박용우(23·서울)를 스리백에서 ‘포어 리베로’로 기용해 큰 효과를 봤다. 박용우가 수비로 나설 땐 중앙 수비수로 뛰지만, 공격으로 나설 땐 마치 미드필더처럼 전진 배치돼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평균 2.75골로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한 카타르를 단 1실점으로 묶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에서 공격적이고 과감한 전술을 구사해 수비에선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지만, 카타르전은 조금 달랐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신 감독이 일본을 상대로 ‘수비 축구’만 구사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카타르와 1-1로 맞선 후반 34분 황희찬(20·잘츠부르크)을 교체 투입해 4-4-2 전형으로 바꾼 것처럼 포백을 혼용해 일본의 혼을 빼놓는다는 게 신 감독의 계산이다. 토너먼트에 대비해 갈고 닦았던 ‘비기(秘器)’인 세트피스도 아낌없이 내놓기로 했다. 신 감독은 “이젠 더 이상 전술을 숨길 이유가 없다”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전술로 일본을 상대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는 생각에 잠시 들떴던 선수들도 마음을 다잡았다. 박용우는 “일본이 올라오길 바랐다”고 말했고, 골키퍼 김동준(23·성남)도 “한·일전의 라이벌 의식에서 밀릴 수는 없다. 꼭 무실점 선방쇼를 펼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스포츠와 정치는 철저히 분리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최근 소녀상 철거·이전을 둘러싼 논란을 떠올리며 투지를 다지는 선수도 있었다. 황희찬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일본은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축구팬들이 얼마나 한·일전을 기대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또한번 한국 축구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도하|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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