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빈병은 누가 다 치웠을까
연초부터 주류업체들이 사상 최악의 빈 병 수급난에 허덕이고 있다. '오락가락' 정부 정책이 불러온 '빈 병 사재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환경부가 빈 병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빈 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안을 내놓은 뒤 우여곡절 끝에 시행 시기가 내년 초로 유예되면서 일선 고물상 등에서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빈 병을 창고에 쌓아두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각 제조사가 주류 제조를 위해 거둬들이는 빈 병 회수율은 현재 60~80%대로 뚝 떨어졌다. 애초 환경부 인상안이 나오기 전 국내 소주·맥주 빈 병 회수율은 95%에 달했지만 올해 1월 현재 하이트진로 소주는 80%대 초반, 롯데주류 소주는 70%대 중반, 오비맥주는 60%대 후반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맥주는 캔과 병 비중이 5대5 정도여서 빈 병 회수율이 낮더라도 큰 타격은 없지만 유리병에 주로 의존하는 소주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환경부는 기존 40원과 50원이던 소주·맥주 빈 병 보증금을 올해 1월 21일부터 100원과 130원으로 각각 150%, 160%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중간에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환경부안에 제동을 걸면서 빈 병 보증금 인상은 내년 1월 1일부터로 연기됐지만 내년에 더 비싼 돈을 받고 빈 병을 팔 수 있게 되자 사재기가 극심해지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21일부터 빈 병 사재기 단속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지만 빈 병 판매 차익을 노린 이들의 사재기를 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빈 병 취급수수료다. 빈 병 보증금은 소비자가 소주나 맥주를 살 때 제품 가격에 포함해 냈다가 빈 병을 반환하면 돌려받는 돈이지만 취급수수료는 주류 도·소매상이 빈 병을 대신 수거해주는 대가로 주류업체에서 받는 돈이다. 원래 환경부는 지난해 빈 병 보증금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취급수수료 역시 기존 소주 16원, 맥주 19원이던 것을 모두 33원으로 올리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 제동으로 취급수수료는 도·소매상과 주류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지난 19일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주류 도·소매상과 주류업체 간 1차 협의가 열렸으나 아무런 합의점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 주류 제조사들이 대부분 협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들을 대신해 한국주류산업협회 측 관계자만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양측 간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도·소매상들은 소주 빈 병 취급수수료를 46원, 맥주는 55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훈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이사는 "빈 병 수거를 위해서는 일일이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야 하는데 정부안(33원)은 이 같은 상황의 인건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안보다 취급수수료를 더욱 올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주류 출고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김태호 한국주류산업협회 차장은 "현재 2배 수준 이상으로 취급수수료가 올라가면 소주·맥주 출고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과도한 취급수수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소주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데다 3년 만에 맥주 가격 인상설마저 솔솔 피어오르고 있어 올해 소비자의 주류 구입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주류업체와 도·소매업체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도·소매상들이 빈 병 회수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환경부는 오는 7월부터 빈 병을 받지 않는 소매점에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업계 간 취급수수료 자율협상 2차 회의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도·소매상 측은 이번 2차 회의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환경부에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중재 요청이 들어오면 30일간 업계 합의를 유도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환경부 장관이 취급수수료를 정하게 된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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