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기회의 땅' 이란으로 달려가는 경제협력 보폭 넓힌다

정욱,문수인,진영태,김명환 2016. 1. 27. 17: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靑 "작년부터 추진"..4~6월 방문 가능성기업들도 파견 늘리며 '세일즈 외교' 동참
지난 25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의 비너스상을 천으로 덮어버렸다.

이란 대통령으로 17년 만에 유럽을 찾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위한 배려였다. 누드를 금기시한 이슬람을 고려해 이탈리아의 자존심인 비너스상을 덮어버린 것은 물론 이날 공식 환영 만찬에서도 술을 모두 빼버렸다. 이날 정상회담과 공식 만찬은 세밀한 부분까지 렌치 총리가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렌치 총리가 이처럼 로하니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한 것은 경제 제재 해제로 인해 열리는 이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에 화답하듯 로하니 대통령은 22조원의 돈 보따리를 풀어놨다. 이탈리아 송유관 업체 사이펨이 6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고, 이탈리아 철강 업체 다니엘리도 7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이란 제재 해제 이후 전 세계가 이란을 향해 뛰고 있다. 정상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마치 속도전이라도 하듯이 각국 정상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란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경쟁적으로 밝히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2~24일 이란을 이미 방문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상반기 내 방문할 예정이다. 정상들까지 달려들고 있는 것은 성장과 소비 시장으로 이란이 가진 가능성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란의 경제규모(GDP 기준)는 4041억달러(2014년) 수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7525억달러)에 이어 중동 2위의 경제대국이다.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은 각각 세계 2위와 4위에 달하는 자원부국이다.

그동안 이란은 경제 제재에 발목을 붙잡힌 상태였다. 실제로 경제 제재가 본격화된 후에 2012년과 2013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6.6%, -1.9% 쪼그라들었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묶인 이란의 동결 자산은 100조원에 달한다.

한국과의 교역규모도 경제 제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연평균 8%가 넘는 성장을 이어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대이란 수출규모는 2000년 이후 연평균 8.2%씩 성장하며 2012년 대이란 수출규모는 62억57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이 본격적으로 경제 제재에 동참하면서 급감했다.

각국은 경제 제재 완화와 함께 중동의 경제 맹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7745만명의 인구 중 70%가 30세 이하로 생산가능인구(5303만명)가 풍부하다는 점도 이란에 대한 기대가 높은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란 시장 선점을 위해 기업들을 지원하고자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박 대통령이 이란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적인 것은 확정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방문 시기는 4월에서 6월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지난해부터 추진돼왔던 사안"이라며 "이란 방문과 그에 따른 영향에 관해 (정부는)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대장금과 주몽 등의 드라마를 통해 한류 바람이 일고 있는 데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은 이란 시장에 공을 들여왔기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성사되면 한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란을 찾는 것이 된다.

민간에서는 기업들이 이란 시장 진출 선점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은 상사들이다. GS글로벌은 2006년 철수한 이란 지사를 작년 핵협상 타결 직후부터 재설립하기로 해 이달 10일 다시 문을 열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현대종합상사도 주재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제재 기간 중에도 이란과의 끈을 놓지 않았던 건설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현지 파견 등을 늘리고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은 주재원을 늘리거나 지사장(임원급) 파견 비율을 높이고 있다. SK건설은 연내에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업체 중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기대가 크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이란의 주요 수출파트너사, 유통망, 법규정 등 중소기업의 수출방안에 대해 최대한 지원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욱 기자 / 문수인 기자 / 진영태 기자 / 김명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