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대 학생들과 '우파 논객' 한정석은 왜 싸우나
[경향신문] 서울대 공대 학생들이 27일 본인들을 비난한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 위원은 “법의 정의를 내가 구해야 할 판이다”고 반박했다.
이날 서로가 원거리 공방전을 벌인 사연은 이렇다. 서울대 공대는 자유경제원과 협업해 올 1학기에 ‘공학도의 도전과 리더십3’이란 강의를 개설키로 했다. 한 위원은 그 강의 강사진 중 한명이었다. 일부 서울대 공대 학생들이 반발했다. 한 위원이 지난해말 자살한 서울대생에 대해 “의지박약”이라고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한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반박을 이어갔다.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2016년도 1학기 서울대 공대에서 개설되는 ‘공학도의 도전과 리더십3’ 강의에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이 강사로 초빙됐다. 그러나 자살한 서울대 학우에 대해 ‘의지박약’, ‘정신연령이 5~6세’ 라는 발언 (https://www.facebook.com/jason.han.90/posts/915497941867964)을 한 한 위원이 강사로 초빙된 것에 많은 서울대 학우들은 반발했고 이 중 상당수의 학생들이 담당 교수님께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국 학생들 의견이 수렴돼 한 위원의 강사초빙은 철회됐다”며 “이에 대해 한 위원은 2016년 1월 19일 페이스북에 (https://www.facebook.com/jason.han.90/posts/932228403528251)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들을 ‘나랏돈 빼먹는’, ‘좌삐딱 대가리’로 지칭하는 등, 강한 어조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이어 “논란이 된 페이스북 게시글의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겠다는데 개떼로 몰려들어 반대하는 서울공대 학생회 애들’ 발언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서울대 공대 연석회의의 공식대응 이전에 서울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철회된 것이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 공대 연석회의에서는 이번 입장표명을 위한 회의 이전에 공식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본 사태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공인으로서 공개적인 SNS에 위와 같은 발언들을 한 것은 연석회의에 속한 24명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라며 “나아가 이는 24명의 대표들을 선출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구성원들 모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이에 따라 위 사건과 관련해 한정석 위원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1.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한다. 2. 위 사건과 관련된 페이스북 게시글을 모두 삭제한다. 3. 위와 같이 서울대학교 구성원 또는 소속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연석회의는 “한 위원의 진심어린 사과가 없다면, 서울대 공대 연석회의는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한 위원은 “서울대 일부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나를 음해하기 시작했다”며 “서울대 기업가 정신 강의에 허위사실 유포로 업무 방해를 하더니, 이제는 온라인 대자보에 나를 거명하면서 뭐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하겠다고…”라고 남겼다.
한 위원은 “서울대 학생의 자살은 머니투데이 기사를 보고 쓴 코멘트였다. 머니투데이 기사에서는 학생의 자살을 ‘경미한 렌트카 사고로 인한 수리비 부담감’쪽으로 기조를 잡았고, 나는 분명히 코멘트에서 ‘ 기사가 사실이라면 의지박약’이라고 썼다”며 “나를 비난하는 학생들은 먼저 머니 투데이의 그 기사가 사실인지, 아닌지 부터 지적했어야 했다. 기사에는 유서전문도 실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어서 나는 그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나이는 19세이지만, 정신연령은 5-6세에 고착화된 것 같다’라고 썼다. 생각해 보자. 그 기사에 학생이 흙수저도 아니었고, 장학금을 받는 인재인데, 렌트카 사고, 그것도 얼마 안되는 수리비 때문에 수저계급론을 비난해서 자살한다는걸 읽는 독자라면 내 생각이 비정상이라고 하겠나. 그러니 256개의 좋아요가 붙은 거 아닌가. 학생들은 나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엇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기사를 전제로 썼다. 나는 그것도 단정하지 않고 ‘정신연령이 5-6세 수준에 고착화된 것 같다’고 추정했을 뿐이다.”
한 위원은 “그런데 서울대 공대 학생회는 온라인 대자보에 내가 ‘5-6세 수준’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나는 학생의 유서를 읽고 다시 코멘트를 썼고, 이후에 학생들이 상처받았다면 사과한다고도 썼다”며 “그런데 뭘 또 사과하라는 건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대 공대 학생회를 ‘좌삐딱 대가리’라고 했다고? 날조를 하려면 제대로 해라. 좌비딱 대가리라고 한건 서울대 공대 학생회나 학생들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나랏돈 빼먹는데 빠꼼이’이라고 앞 문장에서 언급한 자들을 말한 것이다”이라며 “서울대 공대생들이 벤처지원 국가 지원금 빼먹는 자들인가? 학생들이 어떻게 빼먹나? 서울대 공대 수준이 기업가 정신 강의를 거부할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그런데 왜 이걸 ‘서울대공대 학생회를 모욕했다’는 식으로 날조해서 유포하나”고 주장했다.
그는 “악질적인 인간들에 대해서는 서울대 학생이고 나발이고 법의 정의를 내가 구해야 할 판이다”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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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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