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대 비박' 예비후보 과열경쟁

2016. 1. 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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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새누리 공천룰 도입 불구 ‘대통령 마켓팅’부터 ‘유령당원’ 문제까지 되풀이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일체의 사진 유출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실 관계자의 말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각 총선 예비후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전국 곳곳에 내걸리는 현상이 점차 늘어나면서 청와대가 부랴부랴 제지에 나선 것이다. 해당 예비후보가 ‘친박’인지 ‘비박’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예비후보가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홍보에 이용하는 것이 여당 지지층에 ‘먹힌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수막과 홍보물, 명함에 들어간 ‘대통령 사진’이 겨냥하는 것은 당원들의 표심이다. 공천을 받기 위한 경선과정의 당원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끌어오려는 의도다.

여론조사 70%와 당원투표 30%로 변경

새누리당은 1월 14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20대 총선을 위한 경선룰을 확정했다. 가장 큰 변화는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투표의 반영 비율을 바꾼 것이다. 종전에는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각각 50%씩 반영하기로 한 방안을 국민 여론조사 70%와 당원투표 30%로 변경했다.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높아지고 당원투표의 비율은 낮아졌음에도 당원투표를 둘러싼 예비후보들 간의 과열양상은 바뀌지 않았다. ‘대통령 마케팅’은 약과다. 과거 총선에서 되풀이됐던 ‘유령당원’ 문제도 이번 20대 총선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1월 21일 대전 중구 선거구에 등록한 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또 다른 출마 유력 인사가 ‘유령당원’ 40여명을 중구지역 당원명부에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령당원’이란 해당 지역구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당원명부에 이름만 올려놓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당내 경선 등을 앞둔 정치인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의 숫자를 늘리려 써온 편법 가운데 대표적인 방식이다. 바로 하루 전 김무성 대표가 “일부 지역에서 한 주소에 살지도 않으면서 수십명이 주소를 옮겨 당에 가입한 사례를 발견했다”며 “이런 건들을 전부 찾아내 조치하고 바로잡겠다”고 약속한 뒤 드러난 일이다.

대전에서만 일어난 일도 아니다. 대구지역에서도 19일 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00여명의 당원들이 지역구에 거주하지 않고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새누리당 대구시당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관행처럼 지속돼 온 편법이 또 한 번 총선 전 과열 분위기를 맞아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새로운 공천룰 도입 이후에도 이러한 사전 과열 양상은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여당 지도부가 100% 상향식 공천을 도입한 것이 ‘정치혁명’이라며 자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새 공천룰에도 남아 있는 여전히 모호한 조항들 탓에 다른 형태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공천 부적격자’를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서 결정한다는 부분이다. ‘불성실한 의정활동으로 당에 해를 끼칠 경우’에는 공천 부적격자로 판단해 공관위가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자칫 자의적으로 쓰일 수 있는 조건이 공천룰에 명시된 것이다. 공관위가 ‘우선추천’과 ‘단수추천’을 할 수 있다는 부분도 남았다. 특히 ‘단수추천’을 받아 사실상 경선 없이 공천을 줄 수 있는 권한이 공관위에 주어진 셈이다. 국민 여론조사 70%, 당원투표 30%라는 기본 원칙도 공관위가 결정한 특수한 지역에서는 100% 국민 여론조사로 바꿀 수 있다.

때문에 공관위를 장악하는 계파가 막강한 권한을 얼마나 휘두르느냐에 따라 예비후보 간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의 공천 결과가 좌우되는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과거의 공심위와는 달리 공관위는 말 그대로 공천룰에 따른 공천과정을 ‘관리’만 한다는 지도부의 주장과 배치되게 공관위가 예전 공심위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18대 총선에서 친이계가 친박계를, 19대 총선 때는 정반대로 친박계가 친이계를 줄줄이 낙천시킨 전례가 반복될 수도 있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일단 공천룰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밀려난 친박계가 공관위를 통해서 힘을 쓰는 상황이 예상되는데, 최대한 제어하려 해보겠지만 말처럼 저지할 수 있을지는 당장 나부터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모호한 공천룰, 특정인 표적 지목 가능

특정 예비후보에 대한 ‘표적 낙천’ 권한을 가진 공관위에 대해 가장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곳은 이른바 ‘진박’ 예비후보들이 속속 등록해 공천을 준비하고 있는 대구지역이다. 공천 부적격자 기준에 ‘파렴치범죄 전력’, ‘공직후보자로 추천하기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사유’, ‘부정·비리 등 관련’, ‘경선 불복 등 해당행위’,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과 같은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는 조항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특정 인물을 표적으로 지목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의 한 비박계 현역의원은 “공관위가 특정 후보를 경선도 없이 낙천시키는 무리수까지는 두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경선과정에서도 입맛대로 공천룰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다방면으로 대책을 세우고는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말처럼 어떤 선거구 경선에서든 공관위의 결정에 따라 100% 국민 여론조사가 시행될 수도 있지만, 특히 새누리당이 절대 우세한 지역인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권에서는 공관위 결정에 따른 파급이 막대하다. 대체로 지역구 관리에서 앞서 있는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있는 곳일수록 당원투표 반영을 희망한다. 이에 비해 현 정권 들어와 중앙정부에서 활약한 뒤 지역 출마를 선언한 ‘진박’ 예비후보들은 지역 책임당원 지지에서는 밀리더라도 인지도 면에서는 현역 의원에 거의 밀리지 않는 인사들이다. 현역 의원들을 대폭 교체하는 ‘물갈이’가 충분히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본 공천룰인 국민 여론조사 70%, 당원투표 30%를 적용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국민 여론조사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상대 예비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나타나는 과열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부산과 충남 등 새누리당이 비교적 강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에서도 총선 본선보다는 당내 경선의 중요도가 높다는 판단 하에 난립한 예비후보들이 맞고발을 하는 등 혼전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도한 네거티브 전략도 당 전체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경우에는 해당행위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공천 부적격 사유가 된다는 점을 해당 예비후보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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