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실리콘밸리, 유색인종에 대한 불평등

2016. 1. 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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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아직도 전세로 살 곳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은 대부분 자가를 소유하거나 아니면 월세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이 월세(렌트)가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서 해당 지역의 생활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항만 지역인 ‘베이 에어리어(Bay Area)’다. 최근 테크 붐에 따라서 이 지역의 주택 비용도 문자 그대로 살인적으로 올랐다. 렌트닷컴에 따르면 2009년 7월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방이 하나인 집인 경우 평균 1416 달러였다. 한화로는 현재 환율(1달러당 약 1200원)로 약 170만원을 상회하는 돈이다. 이게 2015년 10월에는 2896 달러였다.

거의 350만원에 가까운 돈이다. 자녀가 있으면 방 하나로는 살기 어렵다. 보통 적어도 방 두 개인 집에는 산다. 이 경우 2015년 10월 기준으로 평균 3653 달러, 거의 440만원에 육박하는 돈을 내야 한다. 렌털 웹사이트인 점퍼에 따르면 평균이 아니라 중간 값으로 볼 때, 샌프란시스코의 2015년 9월 기준 방 하나인 집의 월세는 3530 달러로, 거의 420만원이다. 2015년 말,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다.

테크 관련 전공을 하는 대학생들의 인종적 출신에 비해 실제 실리콘밸리를 이끌고 있는 주요 IT기업의 유색인종 고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사진은 실리콘밸리의 일상을 다룬 HBO 드라마 <실리콘밸리>의 홍보 스틸컷.

물론, 이 모든 게 테크 기업들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베이 에어리어는 미국 대도시들 중에서 스카이라인이 가장 낮은 도시 중 하나다. 지진에 대한 경계심이 있고, 지주들이 조망권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베이 에어리어의 집들도 대부분 단독가구 주택으로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주택 수요의 증가는 그만큼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양산한 테크 기업들의 책임이 있겠지만, 주택 공급이 그만큼 증가하지 못한 데에는 좀 더 복잡한 원인이 있다.

오히려 베이 에어리어 일대의 불평등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묻는다면 실리콘밸리가 만들어내는 부가 어떤 계층, 어떤 인종에게 쏠리고 있는지에 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2015년 1월 13일자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테크 관련 전공을 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백인 58%, 아시안 21%, 흑인 6%, 히스패닉 11%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시스코, 야후, 링크드인, 트위터의 고용인 중 흑인 비율은 4.6%, 히스패닉 비율은 평균 4.6%다. 아시안은 이 비율이 34.8%다. 어찌 보면 아시안은 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인더스트리에 들어가는 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뿐이고,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가기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어센드 재단이 2015년 5월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 HP, 인텔, 링크드인, 야후 고용인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백인들이 경영진에 72.2%, 임원진에 80.3%가 포진한 반면 아시안의 경우 경영진의 18.8%, 임원진의 13.9%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는 건 실리콘밸리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 실리콘밸리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도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 내의 인종에 따른 계층화가 있다. 실리콘밸리가 제2의 월스트리트, 기득권 집단의 또 다른 기지가 되지 않게 하려면, 이러한 혁신 경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지금 이 시점에서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이 필요한 것은 실리콘밸리가 간 길을 따라가고자 하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김재연 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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