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중동에서만 '침대축구'가 만연할까
“축구 팬들을 위해 참 다행스럽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축구 최종예선 준결승을 하루 앞둔 26일 카타르 도하 알사드 스타디움.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도전에 단 1승만을 남겨둔 신태용 감독(46)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침대축구’가 아닌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여줄 수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눈치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3세로 제한된 선수들이 누비는 이번 대회를 젊은 스타들을 미리 볼 수 있는 등용문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요르단을 비롯해 일부 중동 국가들이 가벼운 신체 접촉만으로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끄는 지연행위를 반복하면서 ‘침대축구’의 부활 만을 알리는 대회가 됐다. 과거 중동축구하면 떠오르던 바로 그 침대축구다. 신 감독은 “개최국 카타르만 뺀다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그런 부분이 보였다”며 “중동에서 자국 축구가 인기가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축구 흐름이 빠르고 정직한 축구로 나아가고 있는 중동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얘기다.
침대축구는 통계가 증명한다.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실제 경기시간을 따져봤을 때 동아시아 클럽들이 57분31초를 기록한 것과 달리 중동은 2분이 모자란 55분 13초에 그쳤다. 남태희가 뛰고 있는 카타르 레퀴야는 한 경기에서 44분의 실제 경기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조차 AFC가 그 해 ‘60분. 플레이를 지연하지 말라(60 Minutes. Don’t Delay. Play)!‘라는 캠페인을 통해 침대축구 근절에 나서면서 나타난 결과물이다.
왜 중동에서만 유독 침대축구가 만연할까. 축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중동의 폐쇄된 축구문화를 꼽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대부분 중동 국가가 자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 막으면서 세상 흐름과는 동떨어진 축구를 남아있게 됐다는 것이다. 카타르에서도 과거에는 침대축구가 유행했지만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직후 대표급 선수들을 유럽 축구에 위탁 교육을 보내면서 이런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카타르는) 유럽을 경험했던 선수들이라서 그런지 다른 중동 축구와는 좀 다르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사실 카타르도 자국 프로축구는 침대축구가 끊이질 않는다고 들었다”며 “유명한 외국 선수들을 수없이 데려와도 축구장을 찾는 팬들이 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축구가 아닌 사회학적으로 침대축구를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자신의 감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 문화가 중동만의 독특한 침대축구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조금만 아파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누워서 쉬는 게 일반적이라 침대축구가 나오는 것”이라며 “중동 사람들은 남 눈치를 별로 안 보니 상대 선수나 관중이 비난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동이 오래 전부터 상업이 융성했던 지역이란 점도 영향을 줬다. 장사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게 익숙한 탓에 축구에서도 ‘승리만 따내면 문제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중동을 이해할 땐 어떤 방식이든 과정보다 이기는 것이라면 옳다는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침대축구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전했다.
<도하|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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