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저비용항공사] LCC, 안전 문제에 시스템 부재 심각.. 제주공항 패닉 불러

정상희 2016. 1. 26. 17: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비용항공 '총체적 문제'.. 저비용에만 집착 위기에 더 약했다저가 전략에만 매달리며 서비스 만족도 신경못써2년동안 피해 접수 건수, LCC항공사 1~4위 멍에눈 대란 제주공항 사태때 대형사는 편리한 서비스 LCC는 시스템조차 없어

저비용항공 '총체적 문제'.. 저비용에만 집착 위기에 더 약했다
저가 전략에만 매달리며 서비스 만족도 신경못써
2년동안 피해 접수 건수, LCC항공사 1~4위 멍에
눈 대란 제주공항 사태때 대형사는 편리한 서비스 LCC는 시스템조차 없어

거칠 것 없이 질주하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연말 잇따라 결함이 발견되며 운항이 취소 또는 지연돼 안전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최근 제주공항 사태에서 위기대응시스템 부재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폭설로 사흘간 마비됐던 제주공항이 정상화된 지난 25일 제주공항 여객터미널에는 '특별기를 띄워라'라는 글이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공항이 정상화됐다는 안도감은 잠깐일 뿐 LCC들이 선착순으로 대기표를 주기로 결정하면서 대기표를 받으려는 체류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저비용'에만 초점을 맞춰 성장하고 있는 LCC 업계에 안전과 서비스라는 '기본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된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던 LCC가 대형 항공사처럼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숙제도 안겨줬다. LCC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진행한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발 사태 심각성이 확대되자 항공업계 서비스 매뉴얼 정립을 위해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같은 사고, 다른 대처…매뉴얼 부재

26일 관련업계와 제주공항 이용객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재개된 제주공항 업무에서 대형항공사와 LCC 이용 승객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 24일 1700여명이던 제주공항 체류객은 25일 운항이 재개된 직후에는 1만여명까지 급증했다. 이 중 대부분은 LCC 이용객. 항공 운항이 재개된 상황에서 현장 대기자를 우선으로 배정한다는 원칙 때문에 승객이 몰린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운항 재개 발표 이후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카운터는 한산했다. 결항으로 탑승이 취소됐던 승객에게 '몇 시까지 공항으로 나오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SMS)로 탑승 여부를 사전고지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일부 LCC도 대기표를 받은 승객에게 문자메시지 안내서비스를 했지만 현장 선착순 원칙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결항일자 및 출발시간을 기준으로 임시편 탑승 우선순위를 적용하고 이를 토대로 순차적으로 탑승 예정시간을 SMS로 안내했다. 승객이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오도록 하는 동시에 노약자와 장애인을 우선 탑승시키는 등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형 항공사와 LCC의 대처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경험과 노하우, 시스템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LCC가 출범한 지 10년을 조금 넘어 이번 천재지변과 같은 위기상황을 처음 겪은 데다 대고객알림서비스시스템(PNS) 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 겹치며 사태가 더 악화된 것이다.

지난 25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온 한 승객은 "기존 예약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안내 문자를 준 대형항공사와 달리 LCC는 시스템 자체가 부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LCC 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황에 대한 대처 매뉴얼에 대해 "우선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항에서는 환불 수수료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취소 관련 규정만 설명할 뿐 대기승객에 대한 운영시스템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은 기본"이라며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항 등은 항공업에서 기본적 요소이기 때문에 경험도 많고 당연히 대처법도 매뉴얼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CC들은 관리자부터 심각한 상황을 경험해 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장 장악능력 등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보다 성장·가격 강점에도 소비자 불만 높아져

LCC는 항공자유화와 항공교통 대중화에 부응한 실용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운영비용 절감을 통해 소비자에게 낮은 운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단순전략을 통한 운영효율 극대화는 기내식 축소, 객실 좌석등급 구분 폐지, 좌석 간 공간 축소 등의 방안으로 나타난다. 항공기종 단순화를 통해 최소한의 조종, 정비, 승무 인력을 운영하면서 비용을 줄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저가전략'에만 집중한 결과 소비자의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접수된 항공서비스 관련 피해를 항공사별로 비교·분석한 결과 피해구제 접수건수 1~4위에 LCC가 이름을 올렸다. 항공이용자 10만명당 접수건수를 기준으로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제주항공이 가장 많았고 이스타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순이었다.

LCC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씨(32)는 "저비용항공의 가장 큰 맹점은 이름과 서비스 등은 저가가 분명한데 티켓 가격은 그만큼 저가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좌석이 좁고 의자도 불편하고 수화물 무게를 초과하면 초과분 비용이 비싸 결국 저가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다 최근에는 제주항공이 기내압력조절장치 이상으로 급강하하는 사고를 낸 데 이어 진에어가 출입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회항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토교통부가 LCC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다음 달까지 이어질 특별점검을 통해 국토부는 정비와 운항절차를 중심으로 안전관리 실태와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LCC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LCC 전반에 대한 불안감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김기석 기자 이태희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