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따라 주가 하락 도미노..이번엔 유럽→미국→아시아 증시順
유가-주가 상관 관계 26년來 최고...유가·중국 번갈아가며 급락 빌미
27일 FOMC 성명 완화적 전망… “미, 年 4차례 금리 인상” 물 건너 갈 듯
국제유가가 또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주식시장도 이틀 간의 짧은 랠리를 반납했다.
26일 중국 증시가 6.4%의 폭락세로 장을 마감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증시도 각각 1.2%, 2.4% 하락했다. 지난 25일 국제유가가 7% 이상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럽과 미국 증시에 이어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하는 등 유가 하락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유가는 지난 19개월 간의 가격 하락을 촉발한 공급 과잉 우려에 이어, 이제는 수요 부진 우려까지 겹치며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유가와 주가의 동조 현상은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올 들어 유가 급락, 주가 급락의 패턴이 반복되며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이 기저에는 9년 반 만에 단행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RB)의 금리 정상화는 무난하게 개막한 것으로 보였지만, 미 금리 인상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가 급락이라는 악재와 맞물려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의 변동성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네 번 인상한 효과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올해 4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낮아지고 있다.
◆ 유가 또 급락…유가 따라 주가 출렁 '변동성 극심'
지난 2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1.85달러(5.8%) 떨어진 배럴당 3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외 거래에서는 7% 이상 하락, 30달러대가 또 무너졌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6% 이상 밀리며 배럴당 30달러 전후에서 거래됐다. 이라크의 작년 12월 원유 생산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과잉 공급 우려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WSJ는 유가와 주가가 올 들어 발 맞춰 걷고 있는 모습이라며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보기 드문 동조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의 집계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움직임의 동조화 정도는 26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월 들어 지난 20거래일 간 동조화 정도는 0.97로 1990년 이후 최고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 경향이 높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유가와 주가의 상관 관계는 경기 침체기 때마다 높아졌다. 2009년 금융위기 때에는 0.8을 기록했다.
유가와 주가를 움직이는 공통적인 원인으로는 중국이 가장 먼저 꼽힌다. 세계 2위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 원자재 수요가 줄고 주요 교역국과의 거래가 부진해지며 글로벌 경제가 침체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로 유가와 주가가 나란히 하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에 더해 주식 시장의 투자 심리가 취약해진 탓에 동조화 정도가 더욱 긴밀해졌다고 WSJ는 전했다.
◆ ‘차이나 리스크’…중국 증시 급변동 여전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유가 하락에도 대다수 국가의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유가 하락의 원인이 공급 과잉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원유 소비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지표가 지난해 8월 무렵부터 점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원유 수요는 글로벌 수요 증가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었지만 올해에 이러한 영향이 과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수요 감소는 유가 하락을 더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고, 세계 경제의 부진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을 낳는다. WSJ가 인용한 스위스 투자 회사 프라임파트너스는 "투자 심리가 악순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지난 주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9%로 25년만에 최저였다. 7%대의 성장률 유지를 의미하는 '바오7(保七)' 시대가 저물고 이제 '바오6'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면적인 성장률 둔화 외에도 더 큰 문제는 중국의 내부 사정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중국의 악성 대출과 철강, 조선업계의 손실 확대는 이제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연초 극심한 증시 변동이 보여주듯이 중국 당국의 경제 통제 능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도 중국 인민은행은 춘제(春節)를 앞두고 역환매조건부채권매매(역레포)를 통해 총 4400억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7% 가까운 폭락세를 연출했다. 경제성장 둔화로 자본 유출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장 막판 투매가 발생했다.
◆ 美 금리 인상 전망 꺾여 ¨모간스탠리 "3월까지도 안 올릴 듯"
오는 26~27일 열리는 미국의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통화 완화적인 성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연초부터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이 너나 할 것 없이 큰 변동을 보인 탓에 연준이 올해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당초 전망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지난 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나서 목격된 변동성은 최근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며 "이는 마치 금리를 4번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이번 회의는 물론 3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CNBC에 출연해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가 네 번의 금리 인상을 견뎌낼 것으로 봤지만 (실상) 확신에 찬 것은 아니었다"며 "시장은 연준에 대해 신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WSJ는 지난 달 연준이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뿐이지만 이는 결국 주가, 회사채 금리, 환율 등을 비롯해 위험에 대한 선호까지 좌우하면서 금융시장이 급강하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최근의 금융 시장을 통해 예측한 미국의 침체 가능성은 실물 경제 대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WSJ에 따르면 기업 심리와 건축 허가 등을 통해 본 경제지표에서 향후 12개월 간 침체에 빠질 확률은 21%로 집계되는 반면 주식, 회사채 등의 금융 지표로 보면 이 확률은 30~40%로 높아진다.
뉴욕타임스(NYT)는 유가 하락으로 정유업체들의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며 미국 대형 은행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JP모간체이스 등은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유가 하락이 실적에 부담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기업의 부실이 은행권 위기로 옮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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