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식물공장' 시대 본격 개막.. 일 파나소닉 등 진출
식품안전의식 높아져 가격 비싸도 `무농약' 제품 인기
일본 기업 상호 간 및 현지기업과 경쟁도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상추와 파프리카 등 신선채소도 이제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대다. 샐러드용 채소는 물론 앞으로는 각종 농작물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건물안에서 채소 등을 생산하는 `식물공장' 사업이 싱가포르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동화기기 메이커인 파나소닉이 최근 싱가포르 현지에서 생산한 샐러드 판매를 시작했다. 몇 년 내에 싱가포르 전체 채소생산량의 5%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지의 한 벤처기업도 채소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줄이는 독자적인 기술로 식물공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국토가 좁고 식료품 자급률이 낮은 싱가포르를 기점으로 식물공장이 아시아에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1월 파나소닉의 신제품이 싱가포르 슈퍼에 첫선을 보였다. 가전제품 매장이 아니라 각국의 채소가 전시돼 있는 신선식품 코너였다. 상추와 미즈나(겨자채의 한 종류), 파프리카를 담은 포장지에는 'Panasonic'이라는 메이커의 이름이 표시돼 있다.
가격은 6.5 싱가포르 달러(약 5천600원)로 인근 말레이시아산의 2배가량이지만 일부 슈퍼에서는 품절사태를 빚는 등 인기다. 20대의 여성고객은 "조금 비싸지만 신선하고 맛있다"며 놀라워했다. 파나소닉 제품을 취급하는 점포는 현재 26개로 늘었다.
이들 채소의 생산지는 싱가포르 서부의 공업단지에 있는 공장이다. 자동화 설비 메이커인 파나소닉 팩토리 솔루션스(PFS)가 창고를 개조해 2014년 수경재배를 시작했다. 공장 안에는 화분에 심은 상추와 파프리카 등이 선반에 열을 지어 펼쳐져 있다. 발광 다이오드(led)가 내는 자색 빛을 받아 자라며 노지재배 기간의 절반인 30일 정도에 출하한다.
파나소닉은 작년 5월 약 3억엔(약 30억 원)을 들여 생산능력을 3t에서 81t으로 늘렸다. 2-3년 후에는 싱가포르 전체 채소 생산량의 5%에 해당하는 1천t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PFS아시아태평양자회사의 바바 히데키(馬場英樹) 사장은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면서 "생산기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생산한 채소가 팔리는 이유는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채소 자급률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 등지로부터의 수입이 늘고 있지만, 잔류농약을 불안해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다소 비싸더라도 엄격한 관리하에 생산되는 공장 채소가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기회를 놓칠세라 기술력에서 앞서가는 일본기업들이 잇따라 이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후쿠이(福井)현에 식물공장을 두고 있는 슈퍼 기다야(木田屋)상점은 작년 8월 싱가포르 현지에서 채소 5천 팩을 시험판매했다. 공조설비 및 관련기기 메이커인 다이키(大氣)사와 손잡고 빠르면 내년 인접 말레이시아에서 생산을 시작해 수입한다는 계획이다. 스미토모(住友)화학은 싱가포르 농식품수의청과 공동으로 건물옥상에서 채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기로 했다.
현지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현지 벤처기업인 스카이그린은 싱가포르 서북쪽에 축구장 한 개 크기의 농장에 붙어 있는 공장에서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높이 9m, 20여 층으로 이뤄진 선반이 물레방아처럼 천천히 회전한다. 선반에 늘어놓은 화분이 위쪽으로 올라오면 햇빛을 받게 되고 아래쪽에서는 물을 흡수한다. 저농약, 저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매일 상추 2만 6천 포기를 가장 큰 슈퍼 등에 출하한다.
기업간 경쟁은 이제부터다. 생산설비는 비교적 단순하다. 선반과 광원(光源), 배양액, 순환장치 등은 세트로 판매된다. 야채를 효율적으로 기르기 위해서는 빛을 쪼여주는 방법이나 비료배합 등의 기술이 필요하고 판로개척도 해야 한다. 싱가포르를 발판으로 해외진출의 노하우를 어떻게 축적해 갈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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