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외면하는 공장 폐수서 '熱' 노다지
◆ 내가 창조경제다 ◆
김찬호 에스엔에스에너지 대표(30)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전자물리학과를 다니던 그는 2008년 군대를 제대한 후 홀연 유학길에 올랐지만 곧 귀국해야 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유학을 계속할 경제적 뒷받침이 끊겨버렸다. 한국 사회에서 고졸 학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500만원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와 매일경제신문이 선정한 창조경제 우수 성과 사례에서 평가위원회 만장일치로 선정된 에스엔에스에너지는 이렇게 보잘것없이 출발했다. 하지만 레드오션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노력으로 창업 6년 만인 지난해 매출 70억원을 일궈내며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그린 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는 친환경으로 전기를 만드는 아이디어가 상당히 많았다"며 "이쪽 분야에서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신 열에너지를 재사용하는 부분에 관심을 가졌다. 산업 현장에서는 대부분 열에너지가 폐수를 통해 버려지는데도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만약 창업을 한다면 이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가정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돌아온 뒤 그는 지인에게 500만원을 빌려 곧장 폐수가 많이 배출되는 안산 시화공단 염색공장으로 달려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폐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염색공장 옆 작은 용지를 빌려 '폐수열 회수설비'를 만들었다. 열 회수 기술은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라 이를 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설비를 만들어야 했다. 폐수에 있는 열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만 레드오션인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당시 열 회수 기술은 폐수 부유물을 걸러낼 수 없었다"며 "직접 구상한 회수설비를 용접하고 만들면서 실험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제조업에서 근무했던 큰아버지의 도움과 폐수를 걸러내는 기술을 갖고 있던 염색공장 직원들 도움을 받아 3개월 만에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정도 기술이면 창업을 해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김 대표가 개발한 기술은 전자동으로 이물질이 99% 걸러진 폐수가 파이프라인을 흐르면서 공업용수를 뜨겁게 달궈주는 시스템이다. 이미 있는 기술을 조합한 뒤 한 단계 향상시켰다. 이 설비가 적용되면 염색·제지 공장 등 따뜻한 공업용수가 필요하면서 폐수가 많이 나오는 공장에서 30% 이상 원가·에너지 절감이 가능했다.
시험 가동에 성공했지만 이를 판매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팔리지 않던 설비에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일본 대만 등 외국 업체였다. 제품 설명서를 보고 주문한 일본 바이어가 대만 바이어를 소개해줬고, 이어 중국에까지 소문이 나면서 창업 첫해 2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현재 국내를 포함 8개국 60여 개 사업장에 제품이 설치됐다. 에스엔에스에너지가 생산하는 친환경 열에너지의 경제적 가치는 매년 300억원에 이르며 이산화탄소 200만t 이상을 감축하고 있다.
에스엔에스에너지 성공 스토리에서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벤처기업확인'도 창업 5년 뒤인 2014년에야 받았다. 기술평가 부분에서는 최고 등급을 받았지만 경영자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취직 경험이 없고 고졸이라는 점,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 대표는 창업의 성공 요소에 대해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아닌 '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에스엔에스에너지 슬로건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만났던 젊은이들은 돈이 목표가 아니라 이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를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설립 6년 만에 직원 24명에 기업 부설 연구소까지 설립한 김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50억원으로 잡았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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