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지키겠다" 국내 영화제들 공동성명 발표

성하훈 2016. 1. 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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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자율성 침탈로 규정.. 이용관 집행위원장 물러날 경우 부산영화제 거부

[오마이뉴스 글:성하훈, 편집:곽우신]

 23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에 모인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이 부산영화제를 지키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성하훈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고발에 따른 부산영화제 사태가 영화계의 공동대응 속에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국내에서 개최되는 5개의 국제영화제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함께 지키겠다"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영화계는 좌담회를 통해 향후 투쟁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강제로 내보낼 경우 적극적으로 맞서면서 작품 출품을 하지 않고 영화제를 거부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마저 부산영화제를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기자협회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올해의 영화인'으로 선정해 부산영화제에 힘을 실었다.

[국내 영화제 공동성명] 부산영화제 고발은 반문화적 행위

 국내 영화제들이 23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부산영화제를 지키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제들을 대표해 성명을 낭독하고 있는 최용배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선아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충직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우측부터)
ⓒ 성하훈
"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어떤 형태의 외압에도 단호히 반대합니다."

지난 23일 저녁 종로의 서울아트시네마에 모인 국내 주요 영화제 관계자들은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충직(전주국제영화제), 김선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용배(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대표로 나와 낭독한 성명에서 국내 영화제들은 "부산영화제에 대한 고발은 영화제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반(反) 문화적 행위"로 부산국제영화제가 겪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압력을 "모든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침탈"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고발 철회도 요구했다. 지난 20년간 영화제의 성장과 발전에 막대한 역할을 한 영화인에 대한 고발은 영화제의 동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영화제가 공공재이고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문화적 자산이라며, 현재 부산시는 공공재인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영화제들은 "전 세계 영화인들의 지지와 연대의 의지를 모아 한국의 국제영화제들이 한목소리를 내겠다"면서 "부당한 외압에 맞서 부산국제영화제를 함께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성명은 더는 부산시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내영화제들의 인식이 일치하면서 준비됐다.

[영화인 좌담회] 부산영화제 사태 본질은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

 23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영화제와 BIFF 사태를 말한다' 좌담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성하훈
"정권 차원의 압박이기에 정권이 끝날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

성명 발표 후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영화제와 BIFF 사태를 말한다' 좌담회에서는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영화계의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영화인들은 물러설 수 없다며 저항해야 한다는 데 같은 목소리를 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이번 고발 사태는 2014년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보복"이라며 그간의 경과를 조금 더 자세하게 밝혔다. 김 프로그래머는 "2014년 영화제 개막식 전날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이빙벨> 상영 취소를 요구했으나 거부했다"며 "이 과정에서 부산시 고위 관계자가 '상영관에 모래를 뿌리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했다"고 공개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또 "부산시가 고발의 당위성을 밝히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 사수"와 "영화제 독립성 확보"라고 강조하고, "부산시가 이번에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사퇴시키려는 게 확실하다"고 전했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서병수 시장의 행태를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부산영화제가 부산시의 소중한 공공자산이고 영화제 때문에 부산이 한국영화의 중심이 됐음에도 시장이 나서서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사태는 단순히 부산영화제와 부산시의 문제가 아닌 대통령의 심기 관리가 바탕에 있다"면서 런던 한국영화제 선정한 개막작을 바꾸라는 압력이 있었던 일도 공개했다. 그는 <다이빙벨> 상영 논란이 발생했을 당시 "만일 상영이 안 될 경우 작품 출품을 거부하자는 의견을 냈는데, 반대하는 영화인들이 없었다"고 밝혔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부산시가 위원장을 자르고 치를 수 있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은데, 정상적으로 될 때까지는 거부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망할 때는 확실하게 망하게 해야 한다면서 끝까지 싸워야 하고 깨지면 안 간다는 각오를 하고 영화인과 관객들이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난숙 영화진 진진 대표는 배급사나 수입사들도 부산영화제와 함께 연대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고, 박정범 감독 역시 연대를 통한 저항하고 최악에는 영화제를 거부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부산 겨냥한 부천] '지원은 하되 간섭 않겠다' 조직위원장도 이양

 부천영화제가 총회를 열고 부천시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는 조직위원장 자리를 민간에 이양하기로 했다. 또한 2004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해촉 에 대해서도 유감을 나타냈다.
ⓒ 부천영화제
"이제 부천영화제도 어느덧 20회를 맞아 안정된 상황, 지금부턴 부천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기보다는 덕망 있는 영화계 인사가 영화제를 이끌어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김만수 부천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김 시장은 21일 열린 총회에서 '현재 당연직 조직위원장인 시장이 명예 조직위원장으로 남고 능력 있고 덕망 높은 영화인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여 올해 20주년 영화제를 치르자'는 안건을 제안했다. 조직위원회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의결했다.

또한, 부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004년 12월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과 당시 프로그래머, 스텝 등을 임기 중에 해촉한 사안과 관련해 '영화제의 자율성이 비합리적인 근거와 절차로 침해당하고 영화제가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당시 관련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로 의결했다.

부천영화제의 이번 결정은 부산시가 부산영화제를 고발한 상황과 대비되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 사퇴 요구가 영화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4년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과 명예 회복 결정 역시 의미가 크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시장이 영화제에 간섭해 위원장을 내쫓으면서 잘 나가던 영화제가 한순간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부산영화제 상황이 2004년 부천영화제 사태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부천시장의 전향적 결정이 부산시를 겨냥한 모양새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만수 시장은 지난 1월 8일 서울에서 열린 부산영화제 지원 일일호프에도 직접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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