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바닷길 꽁꽁 .. 6만여명 제주에 발 묶였다

김용훈 2016. 1. 24. 21: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2년만의 폭설, 얼어붙은 제주제주공항 항공편 모두 취소, 25일 오후 8시까지 결항종이박스 깔고 공항서 노숙, 편의점 김밥 등 바닥나고 호텔·식당선 정전사태도

32년만의 폭설, 얼어붙은 제주
제주공항 항공편 모두 취소, 25일 오후 8시까지 결항
종이박스 깔고 공항서 노숙, 편의점 김밥 등 바닥나고 호텔·식당선 정전사태도

【 제주=김용훈 기자】 32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가 꽁꽁 얼어붙었다. 거센 바람을 타고 날리는 눈 탓에 눈조차 쉽게 뜰 수 없는 상황이다.

24일 제주의 하늘과 바닷길이 모두 끊겼고, 현재로선 25일 오후 8시까지 돌아갈 방법이 묘연하다. 기상악화로 제주국제공항을 출발하는 항공기 517편이 모두 결항되면서 승객들이 공항 바닥에 종이박스를 깔고 앉아서 대기하고 있다. 전날인 23일에는 종이박스가 장당 1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다행히 24일에는 상황이 나아졌다. 이날 오후 5시 제주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만난 송모씨(58)는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들에게 종이박스 한 장을 얻었다. 송씨는 "오늘 밤은 공항에서 자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항 인근의 숙소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공항 밖 제주시내로 이동하는데 택시비가 10만원이라고 들었다"며 "어젯밤엔 모포를 나눠줬다는데 오늘은 모포도 안 준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송씨와 같이 현재 제주공항 여객청사에 체류하고 있는 여행객은 3500여명에 달한다. 전날 노숙을 한 여행객은 1000여명에 달했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모포는 모두 나눠줬는데도 물량이 부족하다. 제주도와 협력해 모포를 더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항에 발이 묶인 이들이 많다보니 당연히 편의점의 김밥, 우유, 냉동식품 등도 동이 났다. 24일 오후 공항 내 편의점에선 새 상품을 채우는 손길로 분주했다.

이 와중에도 선한 이들의 따뜻한 손길은 이어졌다. 제주도민 방송인 허수경씨는 제주를 찾은 이들이 천재지변으로 발이 묶였다는 소식을 듣고 사비를 털어 쌍화탕 드링크제 1000병을 준비하기도 했다. 허씨는 "뉴스를 통해 어제(23일) 1000여명이 공항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이 돼 제주시 대부분의 약국을 돌면서 1000병을 구해왔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가 마련한 빵 1만2000개와 삼다수 2만개도 1시간여 만에 금세 동이 났다.

제주의 폭설과 혹한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에게도 생소한 상황이다.

23일 제주 한림공원에서 만난 한 안내원은 "한림공원에서 11년 동안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낮 시간 중에 공원에 눈이 쌓여 있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제주의 대표적인 야자수인 와싱토니아에는 이미 손가락 한 마디의 눈이 쌓여 있었다. 버스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11년째 제주에서 버스 운전을 하고 있는 강모씨(46) 역시 "이런 조건에서 운전을 해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180도 회전한 상태로 눈이 덮인 도로 위에 멈춰서 있는 장면도 보였다. 버스는 이들 사고차량을 우회해 엉금엉금 기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23일 오후 7시께에는 제주시 일대가 어둠에 묻히기도 했다. 전기가 나간 식당에선 손님들이 숟가락을 들다 말고 뛰쳐 나왔다. 호텔 등 숙박업소도 마찬가지였다. 제주시 일주서로의 한 호텔에선 "정전으로 승강기가 갑자기 멈출 수 있으니 계단을 이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공항에서 대기 중인 여행객 김모씨(47)는 "현재로선 무사히 집에 돌아가는 것밖에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국내선 40개 노선 항공기 517편과 국제선 28개 노선 70편이 잇달아 결항했다. 여객선은 인천, 전북, 목포, 통영, 제주 등을 경유하는 80개 항로 108척이 707회 취소됐다. 도로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제주와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총 26개 구간 297㎞가 통제됐다. 또 21개 국립공원의 568개 탐방로가 폐쇄됐다.

fact0514@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