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너 어디까지 똑똑해질 거니?

이윤주 기자 2016. 1. 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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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로봇산업, 기대와 우려 사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올해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의 대주제는 로봇·인공지능(AI) 등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서 이를 어떻게 이용하고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 데 따른 것이다.

로봇산업이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점점 인간의 고유한 영역까지 침범해오는 로봇에 대한 공포가 동시에 일고 있다. 인간이 그 변화에 대응하기 벅찰 정도로 로봇이 빠른 속도로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단순한 기계에서 지능형으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자료를 보면 2014년 전 세계 로봇시장의 규모는 167억200만달러다. 2009년 67억7700만달러에서 매년 연평균 20%씩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제조업용 로봇은 이미 산업 전반에서 활용도가 높다.

다보스포럼의 주제에서도 나타나듯이 최근 로봇산업의 패러다임은 단순 노동을 대체하는 ‘기계형 로봇’에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능형 로봇이란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로봇을 뜻한다. 소프트뱅크사의 ‘페퍼’, 미국 지보사의 ‘지보’, 프랑스의 ‘버디’ 등은 소셜로봇으로 등장했다. 지능형 로봇은 의료·교육·국방·건설·실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물인터넷(IoT)과 맞물려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용 로봇이 발전 단계상 성숙기에 진입했다면, 지능형 로봇은 앞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장 가깝게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 자동차나 환자의 증상을 파악한 뒤 질병을 알아내고 진단해주는 의료용 로봇 등이 거론된다.

■주요국도 일제히 ‘로봇산업 육성’

주요국도 빠르게 지능형 로봇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의 자료를 보면 미국은 국방로봇, 우주탐사로봇 등 극한 환경 작업용 로봇시장을 주도하면서 건강·의료용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9월 총리 직속기구로 ‘로봇혁명 실현 회의’를 설치했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로봇올림픽을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중소기업 로봇설비 도입 세액 공제 및 설치규제를 완화하는 등 로봇도입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일본은 제조업용 로봇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전 로봇분야에 산학 연관으로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로봇 프로그램에 21억유로를 투자키로 했다.

중국의 ‘굴기’도 만만치 않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4년 세계 1위 로봇강국으로의 도약을 발표했다. 10대 핵심 산업분야로 로봇을 선정하고, 2020년까지 세계 로봇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갈 길 먼 한국 로봇산업

한국도 정부가 로봇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강조하고, 대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정부는 2008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촉진법’을 제정한 이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국내 로봇산업 규모는 2014년 2조6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민간에서는 네이버가 향후 5년간 로봇, 무인차, 스마트홈 등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고, 한화테크윈은 삼성테크윈을 인수해 무인화 로봇사업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국내 로봇기업의 93.4%가 중소기업으로 시장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동력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또 기술개발에서 제품화,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여전히 취약하고, 적극적인 해외진출 노력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백봉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장은 “지속성장을 위한 생태계가 취약하고, 시장 확산을 이끌어갈 ‘킬러 앱’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기술연구에서 제품개발 중심으로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해외시장 선점을 위한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봇, 인간까지 대체하는 시대 올까

영화 <그녀(Her)>를 보면 주인공 남성이 여성의 목소리를 가진 인공지능 OS(운영체제)와 소통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인공지능 로봇이 발달하면 텔레마케터, 은행 출납원 등은 인간의 직업으로는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스턴컨실팅그룹은 산업용 로봇에 의한 한국의 노동비용 감축비율이 2025년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이를 우려하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보스포럼 개막 당시 연설문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마음을 엶으로써 우리의 경제적 기술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인간이 영혼 없는 기계로 대체되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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