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계의 할리데이비슨 '머스탱'
[경향신문] ㆍ미 스포츠카 판매 1위 탈환
‘자유’, ‘향수(鄕愁)’, ‘미국의 자부심’, ‘힘’, ‘즐거움’, ‘섹스’….
이런 단어들을 보면 당신은 무엇을 연상하는가. 놀랍게도 위의 단어들은 미국인들이 ‘포드의 머스탱’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대부분 차와는 관계없는 단어들이다. 머스탱이 미국인들에겐 단순한 차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머스탱은 미국인들에겐 아주 특별한 차다.
미국인들이 가장 타고 싶어하는 ‘드림카’이자 젊은 사람들의 문화를 대변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1960년대 미국 머슬카(muscle car·고성능 자동차로 1964년에서 1971년 사이에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모델을 가리킨다. 최고 속도를 뽐내는 유럽의 스포츠카와 달리 배기량과 가속력에 중점을 둔다)의 황금시대를 상징하며 50년간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하나의 ‘현상’이었다.
1964년 출시된 머스탱은 첫날 주문량만 2만2000대, 한해 동안 40만대 넘게 판매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출시 첫해 판매 목표로 잡았던 10만대를 4배 이상 웃돌았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남성미 넘치는 디자인과 강력한 힘, 그리고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머스탱은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렸다.
미국인들에게 머스탱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식스티 세컨즈>다. 동생을 구해내기 위해 스포츠카 50대를 훔쳐야 하는 주인공 ‘멤피스’가 페라리나 포르셰 같은 슈퍼카들을 제쳐놓고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차가 있다. 바로 1967년식 셸비 머스탱 GT500이다. 멤피스는 애인을 다루듯이 차를 쓰다듬기도 하고 속삭이기까지 한다.
사실 <식스티 세컨즈>는 머스탱이 출연한 수많은 영화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mustangimdb.com’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머스탱이 출연한 영화나 TV 쇼는 3300개가 넘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국에서 ‘머스탱 현상’이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머스탱은 미국 시장에서 2015년 가장 많이 팔린 스포츠카의 영예를 안았다. 머스탱은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11만3607대가 팔렸다. 7만2136대로 2위인 쉐보레 카마로를 4만대 이상 앞서고 있어 1위를 일찌감치 예약했다. 닷지 챌린저는 6만1621대였다. 머스탱이 1위를 차지한 것은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현재 팔리고 있는 것은 6세대 머스탱이다. 디자인이 잘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머스탱의 상징처럼 고수했던 후륜 서스펜션 리지드 액슬을 독립식 멀티링크로 바꾼 것도 특징이다. 머스탱 특유의 직진성에 약점으로 꼽히던 코너링도 개선했다. “6세대의 진가는 코너링에 있다”고 할 정도로 코너링이 정교하고 안정감이 높아졌다.
그러면서도 머스탱 고유의 감성은 여전하다. 으르렁거리는 배기음을 즐기면서 운전할 때 머스탱의 참 매력이 드러난다. ‘머슬카’의 대표답게 힘이 좋다. 2.3ℓ 에코부스트 모델은 최고 출력이 314마력(5500rpm), 최대 토크는 44.3㎏·m이고, 5.0ℓ GT 모델은 최고 출력이 422마력(6500rpm), 최대 토크는 54.1㎏·m이다.
가격은 2.3ℓ 에코부스트 모델이 4465만원부터이고, 5.0ℓ GT 모델은 5940만원부터이다.
머스탱은 남성미를 상징하는 머슬카로 유명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힌트는 빨간색이다. 머스탱 하면 빨간 머스탱을 떠올린다. 실제로 머스탱 역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색깔이 바로 빨간색이다.
1세대 머스탱을 디자인한 조 오로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차를 사는 건 남자지만, 그 남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자다.” 근육미 넘치는 머스탱이 사실은 늘 여성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머스탱의 이 반전이 반세기 넘게 하나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아온 비밀인지도 모르겠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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