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 포커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토티와 부폰의 만남
[스포탈코리아] 김다솔 기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이 없을 것 같았지만 끝이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축구 영웅이 조용히, 하지만 강렬하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AS 로마(이하 로마)와 유벤투스가 오는 25일(한국시간) 2015/16시즌 세리에A 리그 21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이탈리아 리그를 대표하는 두 클럽의 대결은 많은 흥미 요소가 있다.
우선 로마와 유벤투스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리그 우승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서로를 잡아야 우승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로마는 상황이 좋지 않다. 로마는 지난 시즌 준우승팀의 위용을 뽐내지 못 하고 있다. 로마는 현재 리그 5위(승점 35점)에 위치했다. 선두 나폴리와는 승점 9점의 차이가 있다.
반면 유벤투스는 상승 속선을 타고 있다. 유벤투스는 시즌 초 안드레아 피를로, 카를로스 테베스, 아르투로 비달 등 주력 선수들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귀신같이 반등에 성공했으며 리그 2위(승점 42점)까지 치고 올라왔다.
‘리그 우승’이라는 명분 외에도 오는 경기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다. 양 팀을 오랜 기간 지탱했던 두 선수의 얼마 남지 않은 만남이다. 둘의 만남은 이뤄질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로마의 황제’ 프란체스코 토티(39)는 많아지는 나이와 부상으로 올 시즌 팀에 보탬이 되지 못 하고 있다. 반면, '유벤투스의 수호신' 잔루이지 부폰(38)은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두 선수는 각각 클럽과 이탈리아 축구를 대표하는 ‘영웅’이다. 토티와 부폰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세계 최정상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는 축구 인생 막바지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토티와 부폰은 경기 외적으로도 진한 우정을 과시해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의 업적과 존재감 기량을 언론을 통해 존중해왔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던 그들이었지만 ‘볼혹’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선수로서 활약할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토티, ‘로마 그 자체’
‘창의력’으로 무장했던 토티는 어린 나이부터 유명세를 떨쳤다. 토티는 화려한 스킬, 감각적인 원터치 패스, 치명적인 결정력 등 공격자원이 갖춰야 할 거의 모든 특성을 갖춘 선수였다.
그는 2000/01시즌 로마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으며 ‘세계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라는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이때 우승이 그의 마지막 리그 우승이다. 토티가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원했다면 충분히 거취를 옮겨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티는 로마를 떠나지 않았다.
토티는 선수 생활 내내 오로지 로마에 헌신했다. 토티는 로마의 ‘왕자’에서 ‘황제’로, 이젠 로마 '그 자체'다. 출중한 기량 외에 토티의 이런 강직한 충성심이 그를 로마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다만 그 조차도 흐르는 세월에 힘겨워하고 있다. 토티는 잦은 부상과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4번의 리그 경기에 출전해 1득점에 그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 했다. 오는 유벤투스전에서도 그의 출전은 힘들어 보인다.
더불어 부폰과의 만남이 성사될 확률이 더 낮아졌다. 다만 그가 지난 AC 밀란과의 리그 19라운드에 21분 교체로 출전했다는 점이 유벤투스전 출전(적은 시간이겠지만)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부폰, 21세기 유벤투스의 ‘산증인’
파르마에서 기량과 경험을 쌓던 부폰은 2001년 유벤투스에 입단한다. 그가 기록했던 3,300만 파운드(약 598억 원)의 이적료는 역대 골키퍼 최대 이적료로 15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부폰은 21세기 유벤투스의 모든 것이다. 부폰은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두 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경험했으며 팀의 수 많았던 리그와 리그 컵 우승의 중심에 있었다.
심지어 승부조작 파문으로 팀이 강등됐던 암흑기에도 부폰은 파벨 네드베드,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다비 드레제게 같은 동료들과 함께 팀을 지켰다. 유벤투스는 서서히 반등에 성공했고 지난 2014/15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명가의 부활’을 전 세계에 알렸다.
토티와는 다르게 부폰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는 올 시즌 19번의 리그 경기에 출전해 8번의 클린 시티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활약 속에 ‘디펜딩 챔피언’ 유벤투스는 리그 5연패에 도전할 자격을 갖추는 중이다. 그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6경기에도 모두 출전하며 팀의 16강 진출도 이끌었다.
오는 로마전에서도 그의 출격은 유력하다. 유벤투스가 로마를 잡을 수 있다면 나폴리의 경기 결과에 따라 선두 탈환도 가능하다. 그리고 부폰이 여느 때와 같이 신들린 선방을 펼칠 예정이다.
서서히 '전설' 속으로 향하는 두 영웅
두 영웅이 서서히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토티의 경우 국가대표보단 클럽 로마에 헌신했으며 부폰은 클럽과 국가대표 모두에 보탬이 됐다.
이제는 유럽 축구 중심에서 다소간 거리가 있는 이탈리아 리그지만 두 영웅은 불평 없이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그들의 존재 덕분에 이탈리아 축구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살아있는 두 전설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토티가 차고 부폰이 막는 역사로 기록될 그들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토티의 ‘부침’으로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둘의 대결을 기대케 하는 것은 토티와 부폰이 오랜기간 동안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해왔기 때문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스포탈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